은행권의 이번 고금리 예금 유치경쟁은 '규모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제일 수협 등 중하위권 은행이나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고금리예금유치에 보다 적극 뛰어들고 있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주택 등 대형 우량은행들도 우수고객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이에 맞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 전체로 확산된 자금유치경쟁은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등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이 비과세 만기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제시하는 우대금리는 최대 0.5%포인트다. 새로 나온 상품의 금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의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가 5%대인 점을 감안하면 10%가량 금리프리미엄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자금운용은 신통치 않다. 경기침체로 돈을 빌려 쓸 기업은 줄고 있다. 또 은행의 주요 투자대상이었던 국고채도 최근 시중금리가 반등하면서 투자메리트를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대금리를 미끼로 한 비과세자금 재유치 경쟁은 곧바로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대금리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 비과세 고객이 은행과 장기간 거래한 우수고객이기 때문이다. 우수고객을 잃게 되면 수신기반의 안정성이 그만큼 흔들리게 된다. 만기자금이 매력을 느낄 금융상품이 현재로선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이번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2일 새로 선보이는 세액공제 장기주식저축으로의 자금 유입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들 만기자금은 안정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장기주식저축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며 "은행간 우대금리를 비교해보면서 이동하는 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