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패션계의 핫이슈는 유명 디자인하우스의 대대적인 세대교체 작업과 이에따른 신인디자이너의 급부상이다. 크리스찬디올, 지방시, 발렌시아가, 버버리 등 패션업체들은 작년말과 올해초를 기점으로 총괄디자이너를 30대의 젊은 신인으로 '물갈이'했다. 짧게는 60년, 길게는 1백년 정도 이어온 전통을 고수하는 한편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 이미지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얼마전 막을 내린 파리컬렉션에서도 패션인들의 관심은 이들 신인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집중됐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각 디자인하우스의 세대교체 성공여부가 판가름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인은 31세의 니콜라스 게스퀴에르다. 우아한 실루엣과 현대적 감각을 훌륭하게 매치할 줄 아는 그의 재능이 죽어가는 발렌시아가를 되살려 놓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1백년 만에 나온 천재'라는 평단의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크리스찬디올 남성복 디자이너인 헤디 슬리만도 떠오르는 스타중 한명이다. 이탈리아인 어머니와 튀니지인 아버지를 둔 헤디 슬리만은 15세때 자신의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옷은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결혼을 서약할 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헤디 슬리만의 크리스찬디올 룩을 선택하게 되면서 전세계의 시선을 받게 됐다.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의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는 클로에의 수석디자이너에서 자신의 시그니처 브랜드(디자이너 이름을 그대로 쓰는 브랜드)를 갖는 거물급 인물로 성장했다. 톡 쏘는 유머감각과 섹시함이 넘치는 디자인으로 지난 4년동안 브랜드 클로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올해 초 구치그룹에 합류, 자신의 브랜드를 내게 됐다. 이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 세계 패션계와는 달리 국내 패션계는 꽉 막혀 있다는 느낌이다. 굵직한 신인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벌써 10년 넘게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또 그에 앞서 스타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되지 못한 점 등의 갖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 s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