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0년 이라크에서 창설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OPEC는 석유를 보유하고 있는 힘없는 국가들이 정당한 권리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석유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며 앞으로도 수십년간 세계의 주요자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석유는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41%를 담당했다. OPEC 전망에 따르면 이 수요량은 오는 2020년에 38.8%로 다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석유는 20년 후에도 두번째 에너지 자원인 가스보다 여전히 10% 이상 많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는 석탄 철 등 고체자원을 상당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소 및 핵에너지는 2020년 점유율이 8.6%로 지금보다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석유 수요량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하루 7천6백만배럴에서 2020년에는 하루 1억6백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OPEC는 이런 과정에서 현재의 시장점유율 40%를 20년 후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기간동안 아시아는 북미지역을 대체하며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유가가 외부 충격 때문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외부 요인은 항상 투기자본에 의해 과장되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이례적인 가격변화를 경험해 왔다. OPEC는 그동안 수요와 공급량을 면밀히 검토,적정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책정했고 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작 고유가를 초래하는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석유제품에 대한 과중한 세금부과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상품가격중 평균 68%가 세금이다. 무거운 과세는 시장경제를 해칠 뿐만 아니라 불평등하다. 미국은 또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정유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송유관도 낡았다. 석유를 최소분만 비축해두는 정책도 유가안정에 걸림돌이다. 석유 등 에너지 공급은 세계경제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에너지가 지속적인 세계경제 발전을 보장해야 하며 더욱 깨끗하고 안전하며 환경친화적인 지구를 건설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와 함께 가난한 나라들이 경제 및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석유는 현재의 수요량에 따라 공급되지만 미래의 수요를 예측해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것은 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OPEC는 지난 1998년 유가폭락 이후 석유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동안 위기도 맞았지만 가격안정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참사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흔들리지 않았던 점이 이것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테러가 안정적인 석유공급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유국들간 집단적이고 투명한 공동대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국적 석유기업들이 원유 및 가스탐사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수차례 촉구해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반드시 지역문화와 융합하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이 글은 차킵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OPEC and the Global Energy Balance:Towards a Sustainable Energy Future"란 주제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