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대에도 거리에 나도는 백성들의 노래가 있었다. 곡조는 알 수 없지만 그 가사를 모아놓은 것이 '시경(詩經)'이다. 공자는 만년에 제자들에게 '시경'공부를 먼저 권했다. 시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난 것이므로 정서를 순화하고 세상물정을 아는데 시 만한 것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자의 언행 및 제자들과의 문답내용을 기록한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는 그의 시에 대한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구절이 나온다. "'시경'3백편 시의 뜻을 한마디 말로 대표할 수 있으니,'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는 말이다(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라는 짧은 글이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시경'에는 본래 3천여편의 시가 실려 있었으나 공자가 3백11편을 가려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 3백'은 꼭 3백편의 시라기보다는 모든 시를 뜻하는 것이다. 폐(蔽)는 개(蓋)와 같아 '덮는다'는 뜻이고 '사무사'는 공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시경'에 나와 있는 말이다. 주자(朱子)의 주석에 따라 이 글을 의역한다면 대략 이렇다. "시경에 있는 시 3백11수 중에는 당시의 임금 풍속 정치 등을 칭송한 것도 있고,풍자한 것도 있고,욕한 것도 있어 표현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가 시인의 세상을 근심하거나 풍속을 마음 아파하는 진심의 표출이어서 조금도 꾸민데가 없다. 따라서 한마디로 말한다면 '사무사' 3자로서 모든 시를 표현할 수 있다" 한편 정자(程子)는 '사무사'의 뜻을 '참(誠)'이라고 해석했다. 또 훗날 어떤 학자는 요점을 아는데 힘쓰라는 뜻으로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엊그제 쫓기듯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서대문 독립공원 역사관 방명록에 남긴 '사무사'란 글을 놓고 해석이 분분한 모양이다. 순수한 마음을 강조한 것이라느니,잡된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느니,정치적 화술의 표현일 뿐이라느니 해석이 구구하다. 간사함 없이,참으로 사죄하는 생각의 표현이었으면 하지만 그의 마음속까지 읽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