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채권에 대해 중도상환을 요청했던 외국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을 피하려고 채권이관 작업까지 마친 뒤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해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기업구조조정법을 적용하더라도 국내 금융기관과는 달리 외국계 금융기관은언제든지 보유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겨 법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채권단에 따르면 소시에떼제네랄 등 9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하이닉스 채권 4천600만달러에 대해 중도상환을 요청했다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 대상이 되자 본점으로 채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 나갔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경우 중도상환 요청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 은행은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자 해당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 선언을 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기관 국내지점이 보유한 기업여신은법적용 대상이 된다. 이들 은행은 당초 하이닉스에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을 해주며 현대그룹이 대주주로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으나 하이닉스가 지난 6월 계열분리와함께 DR발행 등 외자유치에 나서자 계약위반이라며 중도상환을 요청했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자유치 조건이 계열분리라는 사실을 외국 은행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계약위반으로 중도상환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하이닉스 유동성 문제가재차 불거지자 지난 8월 뒤늦게 중도상환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이들은 해당채권을 본점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신 중도상환요청을 철회키로 했었다"며 "그러나 본점이관 후하이닉스에 디폴트 통지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디폴트 선언후 하이닉스 미국 현지법인인 HSA에 12억달러를 빌려준 체이슨맨해튼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도 내달 8일 회의를 개최키로해 주목된다. 하이닉스와 채권단에 따르면 체이스맨해튼 등은 크로스 디폴트 선언 여부를 두고 회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HSA가 시일에 맞춰 제때 돈을 갚아온데다 차입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