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지난 1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과 태권도 시범단 교환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북측이 방문단 교환의 보류 이유로 '남조선에 조성된 정세'를 거론한 것도 그렇지만,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이를 정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북측 방송으로 먼저 알린 것은 기본적인 예의마저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는 끝내 외면하면서 방문단 교환 약속마저 이핑계 저핑계로 이행하지 않으니 무얼 믿고 대화를 계속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렸던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합의보다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합의했던 약속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북측의 행태가 우리의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었다. 북측은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일방적으로 보류하면서도 경협추진위원회와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하겠다. 이는 북측이 기피하는 사회·민간 교류는 줄이고 자신들의 경제실익을 챙길 당국간 대화는 계속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북측이 서울은 불안하니 안전성이 담보돼 있는 금강산에서 회담을 갖자고 나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가 점차 커지고 더 이상 퍼주기식의 대북지원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음을 북측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북측의 이같은 태도는 오히려 국민여론을 악화시켜 대북지원을 더욱 어렵게 할 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정부내에서도 이산가족 방문이 일방적으로 보류된 상태에서는 당국간 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식량지원을 먼저 제의했다가 상황변화에 따라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북측도 이미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햇볕정챙의 방향이 옳고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 식량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그러나 북측이 최소한의 성의마저 보이지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따라서 북측의 태도 변화를 보아가며 당국간 대화여부를 결정하고 식량지원문제도 이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북측은 하루 빨리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이 가능해지도록 당초 약속을 이행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