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달려"하기에 놀라 돌아보니 25㎏은 족히 될 법한 사내아이가 아빠 등에 업혀 지르는 소리다. 아빠가 숨을 헐떡이며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하자 이번엔 뒤를 돌아보며 "뛰어 뛰어"라고 소리친다. 뒤엔 비슷한 덩치의 딸을 업은 엄마가 헉헉거리며 뛰어온다. 아이들의 부모나 어른에 대한 버릇없음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자동차 사이를 곡예하듯 마구 달리는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해봤자 들은체 만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리에서 교복차림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소란을 피우는 중·고생에게 한마디 했다간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아태지역 사무소가 중국 홍콩 몽골 싱가포르 호주 등 아태지역 17개국 청소년(9∼17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청소년들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꼴찌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오뉴월 하룻볕이 무섭다'고 가르치던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흔히 부모의 과잉보호와 공부제일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권위주의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지금의 부모 세대들이 어려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맹목적으로 모든 걸 받아주고 조금 크면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하는 바람에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아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 들어가면 이런 아이들을 감당못한 교사들이 문제가 생겨도 모른체 얼버무리거나 감정적 체벌을 가함으로써 아무도 존경하지 않게 된다는 지적이다. 아이들이 '교사가 거짓말 한다 말해봤자다'라고 생각하는 한 존경심이란 생겨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대로는 곤란하다. '아이들 교육은 6살이면 끝난다'고 하는 만큼 일찍부터 질서, 예절, 규칙적 생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등을 가르쳐야 한다. 어려서는 부모의 행동을 무의식중에 흡수하는 만큼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공저자 샤론 레흐트는 "숙제를 하거나 자기 방을 청소할 때 주는 용돈은 뇌물과 다름없고 이는 부모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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