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INKE(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2001 총회'를 맞아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를 초청, 김형순 INKE 의장 및 재미 한인벤처기업가 스펜서 김과의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 11일 한국경제신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노부호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서 토플러 박사는 "지금의 전반적인 벤처불황은 사업단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너무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는 지난 1980년대에 이미 신경제의 출현을 예측했으며 '제3의 물결' '미래의 충격' '권력이동' '새로운 문명의 창조' 등 저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김형순 의장은 로커스를 창업한 벤처기업인이며 INKE 초대의장을 맡아 벤처기업의 글로벌화에 앞장서 왔다. 스펜서 김은 미국에서 항공관련 벤처기업인 CBOL코퍼레이션을 창업해 매출 1억달러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주목받는 기업인이다. < 참석자 > 앨빈 토플러 미래학자 김형순 INKE 의장 (로커스 대표) 스펜서 김 CBOL코퍼레이션 사장 노부호 서강대 교수(사회) ------------------------------------------------------------------ ◇ 노부호 교수 (사회)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기업가들을 연결한 INKE가 결성된 지 올해로 2년째를 맞고 있다. INKE의 미래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 앨빈 토플러 박사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15% 이상은 중국 헝가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사람이다. INKE의 역할은 해외의 한국기업인들을 지원하고 해외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한국내 기업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형순 INKE 의장 =한국 내외의 기업들 모두에 이익이 주어지도록 INKE는 만들어졌다. 이스라엘의 경우 연구개발(R&D) 센터는 자국에 두고 미국에 기업 본사를 두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기술을 미국에 보내고 미국에 있는 본사는 이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킨다. INKE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경우다. 해외에 있는 한국인 교포는 6백만명에 이른다. 이들중 상당수가 기업인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한국시장은 너무 작아서 세계로 나가야 하고 반대로 경쟁력있는 한국인을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특히 해외의 한국인 기업인들이 다른 나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스펜서 김 사장 =INKE의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하다. INKE는 아직 초기 단계다. 네트워크의 의미를 생각할 때 부정적 생각이 드는 것이 문제다. 네트워크가 배타적이어서는 안된다. 40년전 이민을 떠났던 사람으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것보다 IT산업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IT산업에는 진입장벽이 없다. ◇ 토플러 박사 =미국의 이민 역사는 산업혁명부터 시작된다. 19세기 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일 때 노동력 과잉이 문제였다. 미국은 상황이 달랐다. 노동력이 부족했고 임금이 높았다. 미국에서는 임금이 높아서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에너지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대안중의 하나였다. 이민을 받아서 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문제는 이민자들의 문화가 다양했다는 것이다. 1945년까지 이들에 대한 동일한 교육을 통해 이민자들을 미국인으로 동화시키려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각각의 민족의 독창성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다. 민족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를 인정하고 이들이 미국 사회를 다양화시키는 힘으로 작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국적인 삶의 방식(The American way of life)'이라는 말은 더이상 쓰지 않는다. ◇ 김형순 의장 =올해는 전세계에 지부를 만들고자 한다. 개별 지부마다 협력을 해나가고 나중에 전체가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점차 발전시키고자 한다. ◇ 사회 ='독창성'과 '다양성'을 잃으면 안된다. INKE는 창의력의 시대에서 이같은 개념을 네트워크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 스펜서 김 사장께서 말씀하신대로 결코 배타적이 돼서는 안된다. INKE는 한국에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 토플러 박사 =기업가정신은 실패한다고 말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있게 맞서는 일부터 시작된다. 미국은 영웅을 존경한다. 독창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점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성공한 중소기업들을 운영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날 미국여성의 60∼70%가 훌륭한 노동력을 제공한다. ◇ 사회 =한국은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스펜서 김 사장 =학교 지역 성별 등에 의해 차별을 두는 한국의 현실은 변화돼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가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 사회 =기업가를 육성하는데 있어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김형순 의장 =정부는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더 많은 기업가를 만들어내는 교육 시스템이 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의 역사가 오래됐고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의 모델을 찾았다. 한국은 아직 변화의 초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일정한 궤도에 오르기까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기업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 토플러 박사 =정부는 조달을 통해 민간부문과 교류한다.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의 기술은 서로 보완적이다. 미국 국방비의 대부분은 민간기술개발에 사용된다. 역으로 현재 민간부문에서 개발된 기술이 국방에 활용되고 있다. ◇ 사회 =최근 한국에서는 규제개혁이 주요한 사회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 간섭이 어디까지 미치는 것이 바람직한가. ◇ 토플러 박사 =정부 규제가 일단 생기면 없애기가 어려운게 문제다. 정부 규제는 인위적 시장(mandate market)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 사회 =IT산업에 대한 과잉 투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도 일고 있다. 이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IT혁명이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인가. ◇ 토플러 박사 =IT산업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신경제가 끝났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다. 섬유산업이 쇠퇴했다고 산업혁명이 함께 운명을 다했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다. 문제는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다.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많은 서비스들이 곧 유료화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자들은 정보에 대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을 위험성이 높은 IT산업의 실험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이같은 역할을 해낼때 산업 전반이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종잣돈(seed money)을 제공하는데 그쳐야 한다. ◇ 스펜서 김 사장 =정부는 IT가 발전함에 따라 이를 이용한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들의 '묻지마 투자'도 문제가 있다. 언론과 정부가 나서 이를 고쳐야 한다. ◇ 사회 =세계화가 계속될 수록 전쟁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다양한 형태의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토플러 박사 =충돌은 없어지지 않는다. 때론 창조적 충돌이 필요하다. 최근 테러 문제에 대한 부시 정부의 태도는 매우 '종합적(comprehensive) 접근'이라고 평가할만하다. 부시 정부는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국가를 포함 시민단체 등을 동원해 유리한 방향으로 전쟁을 이끌고 있다. 이번 사태가 종교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핵무기 사용을 어떻게든 피해가는 것이다. 유영석.김미리 기자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