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退溪) 이황(李滉)에게 직접 배워 '도산급문제현록'에 기록된 제자는 3백86명에 이른다. 멀리서 그를 사숙한 제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조정에서 퇴계의 명성은 더 높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퇴계관련 기사가 중종29년부터 순조16년에 이르기까지 2백82년 동안 3백50여군데 나온다. 사관들의 평가는 예외없이 호의적이다. 일본에는 이미 16세기초 에도시대에 퇴계의 저서가 소개돼 그의 학설이 일본유학에 큰 영향을 주었고 메이지시대에는 그들의 교육방침을 확립하는데도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근세유학의 개조로 불리는 후지와라(藤原惺窩)는 퇴계의 '천명도설'을 읽고 자기 철학의 방향을 잡았다고 고백했다. 청 말의 대학자인 양계초(梁啓超)는 퇴계의 '성학십도'가 중국에서 간행됐을 때 깊이 감동해 '퇴계선생성학십도찬시'를 지었다. "아득히 높으셔라 이부자님이시여/옛 글에 새 길 열어 고금을 꿰뚫었소/거룩한 학리를 열폭 그림으로 나타내어/…덕이 넘친 가르침 삼백년에 미치니/ 온 누리 사람들 한결같이 흠모하다" 공자의 제1유학은 인(仁)을,맹자는 의(義)를 강조했다. 정자와 주자의 제2유학은 이(理)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통일을 수립했다. 퇴계는 인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돼 자연과 인간을 공경하며 삶의 바른 자세를 유지해 가는 경(敬) 하나 뿐이라고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그래서 작고한 퇴계연구학자 정순목 박사는 퇴계학을 '제3의 유학'이라고 명명했다. 퇴계의 철학을 '경 철학'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퇴계는 경을 몸소 실천하며 가르쳤다. 퇴계학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처럼 인간학 실천학인 탓이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에서는 퇴계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곧 '성학십도'가 번역돼 나온다. 퇴계탄신 5백주년을 기념하는 세계유교문화축제(5~31일)가 유학의 고장인 경북 안동시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 유교의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하는 자리다. 축제가 국민들의 관심속에 새 세기의 철학을 정립하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