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 있는 국회의사당이 때 아닌 공사로 부산하다. 모든 창문 안쪽에 투명한 플라스틱 용지를 덧붙이는 작업이 9일부터 시작됐다. 의사당 경비원은 "외부 충격으로 창문이 깨지거나 돌발적인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출입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관광객들이 다닐 수 있는 정해진 통로 이외의 건물에 들어가려면 출입증 있는 사람도 검색을 받곤 했지만 이날부터 검색이 훨씬 까다로워졌다. 의사당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워싱턴 DC의 명소라고 할 수 있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다. 워싱턴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인데다 입장료도 없어 늘 붐빈다. 요즘 이 박물관에 들어가려면 소지품을 샅샅이 보여줘야 한다. 입구에 있는 경비원들이 길다란 막대기로 관광객들이 갖고 들어오는 가방 속을 샅샅이 헤쳐본다. 가방안에 있는 작은 봉투도 직접 열어 보여줘야 한다. 이날 오전 한때 메릴랜드주의 한 전철역이 봉쇄됐다. 전철표를 내지 않고 탄 승객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에게 들고 있던 병을 꺼내 이상한 물질을 뿌리는 소동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연락을 받고 다른 경찰이 달려오자 이 승객은 권총을 발사했다. 피해자는 없었지만 영문을 모르는 수많은 승객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공교롭게 이날 버지니아주의 한 주민이 탄저병 초기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이 제3의 탄저병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버지니아주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환자는 8일 저녁 독감 증상을 보여 병원에 갔다가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탄저병에 민감해진 의사들이 탄저병환자를 치료하는데 쓰이는 처방을 하는 바람에 보건당국과 사법당국이 법석을 떨었다. 종합검진 결과 탄저균이 발견되지 않아 사법당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친인척들의 안부전화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날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을 궤멸시키기 위한 사흘째 공습을 계속했다. 보복 공격이 계속될수록 또다른 테러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미국 전역에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