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와 뒤이은 테러보복전쟁의 와중에서 세계는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듯하다. 피해 당사자인 미국은 가뜩이나 가라앉은 자국 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3일 정부지출 확대,기업투자 촉진,소비수요 회복 등을 겨냥한 7백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테러사태 직후 금리를 내린데 이어 지난 2일 추가로 0.5%포인트 인하했다. 동반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유럽연합 일본 홍콩 등 다른 나라들도 일제히 금리를 인하,보조를 맞추는 한편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내수진작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등 비슷한 대응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 역시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주춤하는 듯 했던 구조조정 및 감원바람이 테러 여파로 다시 불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마다 어려워진 대내외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경기는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 심화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출증가율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산업생산과 설비투자도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여기에다 소비까지 부진,전반적으로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위축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테러사태가 국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으나,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대책으로 테러 발생 직후 확산됐던 비관적 분위기는 점차 걷혀가는 양상이다. 실제로 미국이 8일 아프가니스탄에 보복공격을 단행했으나 당초 우려와 달리 국내외 금융시장은 큰 동요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출과 생산의 감소폭이 점차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고,소비자물가도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에 따른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9월에 3.2% 상승에 그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락세를 지속하던 국내증시도 추석 연휴기간 힘을 얻어 지난 4일 종합주가지수가 미국 테러사태 이후 14일만에 500선을 회복했고,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에도 비교적 차분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미국 테러전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해 보인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우리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준 바 있다. 이러한 국내외 여건을 경제회복으로 견인하려면 우선 정부가 지금까지 마련한 긴급대책을 신속하고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 현재 논의중인 2차 추경예산을 서둘러 편성하는 한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경제 회복에 있어서 최대 걸림돌은 대외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가 경제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최근 다소 느슨해진 개혁의지를 재차 확고하게 밝히고 이를 가시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대내외의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경제정책 집행에 있어서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판단된다. 국가경제가 침체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의 투자의욕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들은 시급하고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취하는 정책이 행여 지금까지 견지해오던 구조조정 원칙의 큰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면,결과적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미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개혁의 원칙을 밑바탕에 두되,탄력성과 시의성을 잃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경제의 동반침체에 따른 외적 요인에는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요인에 의한 경제의 불확실성은 투명한 정책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정치·사회적 불안이 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IMF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경제전반에 걸친 침체와 불안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hwchung@kif.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