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참사와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해외 여행수요가 극도로 위축, 여행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테러참사 후 불안감을 느낀 여행객들이 하나, 국일, 롯데 등 인지도가 높은 일부 대형 패키지 업체로 몰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여행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최근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여행상품 홀세일(도매) 업체인 하나투어[39130]는 미국 테러가 발생한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모객한 인원이 2만1천900여명으로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1만4천300여명)보다 53% 가량 늘었다. 이는 구미지역 패키지 모객인원이 작년보다 20% 가량 줄어든 대신 일본, 중국등 인근지역 여행객이 2-3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으로 이에따라 지난달 매출 역시 테러여파에도 불구,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이 여행사는 보고 있다. 특히 홀세일 업체라는 특성상 직판 여행사들로부터 모객인원을 채우지 못했거나일정이 취소된 여행상품을 대신 넘겨받아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손실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고 이 여행사는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4일에는 전 직원의 8% 수준인 신입사원을 당초 예정대로 선발하는 등 `비상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공격적인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역시 홀세일 업체인 국일여행사(모두투어)도 여름 성수기인 지난 7-8월 매출이 작년보다 35%가량 증가한데 이어 테러가 발생한 지난달에도 작년대비 10%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했다. 또 하나투어와 마찬가지로 다음주에는 20여명의 신입사원도 선발, 채용할 예정이다. 롯데관광개발 역시 지난달 예약 취소, 신규예약 감소 등 판매수요가 상당히 줄어들었음에도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올 상반기 매출 호조로 테러 여파에도 불구,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지는 않을 것으로 이 여행사는 전망했다. 이처럼 일부 대형 업체들이 위기상황 속에서 오히려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중소 패키지 여행사들은 테러사태 이후 예약 취소율이 평균 50%대를 상회하고 매출이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등 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성지순례 등 중동지역 전문 여행사들의 경우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우려로 이 지역 상품수요가 거의 `제로'로 떨어져 지난 91년 걸프전과 97년 IMF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3-4개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사들은 테러사건 이전에도 작년보다 평균 20% 가량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수 업체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여행업계는 IMF이후 또한번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