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 '보복전쟁'을 시작함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가 비상상황에 처하게 됐다.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전쟁 상황에 따라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이 함께 곤경에 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이날 경제장관간담회와 민관합동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목표를 종전의 4∼5%에서 2%대로 공식 수정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의 반영이다. 두 회의의 주제는 모두 '3단계 비상대책'이었다. 단기.국지전 상황을 1단계로 설정하고 2단계는 장기.국지전, 3단계는 장기.전면전으로 가정해 단계별로 위기대응책을 집중 토론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1단계와 2단계의 중간 국면"이라고 말했다. "경제 주체들이 동요할 이유가 없다"며 불안심리 해소에 주력했던 그였지만 '비상경제 체제'로 평가되는 2단계 시나리오의 서막이 올랐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 경기 부양책 =재정에서 돈을 최대한 풀어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번주중 국회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1차 추경안은 5조원 규모로 이미 편성)을 제출할 방침이다. 규모는 2조원. 이 돈은 경기부양 효과가 큰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정된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높이기 위해 기업관련 규제를 빠른 시일내에 완화하기로 했다. 대표적 재벌규제인 30대 기업집단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개선 방안을 9∼11일 열리는 비공개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부동산 양도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부동산 양도세율을 종합소득세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양도세율 인하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 증시 활성화 방안 =중.장기 주식투자자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증권업협회가 공동으로 중.장기 투자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상품에는 세제상 지원 등 각종 투자 유인이 제공된다. 권오규 재경부 차관보는 "우리나라 증시는 단타매매 성향이 너무 강해 변동성이 심하다"면서 "주식시장에 중장기 수요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시가 크게 요동칠 경우 '제2의 증시안정기금'을 10조원 이상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인위적으로 10조원 이상의 주식 수요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또 시장이 일시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질 경우 주식 가격제한폭을 축소하거나 임시 휴장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