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넥타이는 5만∼7만원,페라가모 에르메스 제냐 등 수입품은 13만∼20만원이다. 국산 가죽핸드백은 15만∼30만원이지만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의 것은 1백20만원이상 줘야 산다. 경기는 엉망이라는데도 서울 강남 대형 백화점들의 올 상반기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은 지난해보다 10%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올 1∼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 1∼10위 상품이 모두 이른바 이들 해외명품이고 국산품은 10%, 그것도 대부분 김 김치등 식품류라는 보도도 있다.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에서의 한국상품 시장점유율도 계속 하락중이다. 우리 제품이 국내외에서 이처럼 별볼일 없이 여겨지는 건 가격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 이를 대체할 고부가가치,즉 디자인력을 획득하지 못한 데다 브랜드 파워가 없어서라고 한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유럽연합(EU)의 50개 수입상에 한국상품의 경쟁력을 물었더니 품질(75%) 가격(63%)은 괜찮은데 애프터서비스(25%)및 디자인·포장(13%)이 시원치 않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사인 IDEO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9개국의 제품 디자인을 평가한 데서도 간신히 꼴찌만 면했다고 한다. 감성의 시대, 맞춤상품 시대인 21세기에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유 브랜드 없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2005년까지 5백개의 세계 일류상품을 육성하겠다고 나섰지만 명품 내지 일류상품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훌륭한 디자인이란 재료의 성질을 정확히 알고 제품의 기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해묵은 문제를 그대로 둔채 모양만 그럴 듯한 일류상품을 만들겠다고 서두르는 한 명품 창출은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디자인올림픽으로 불리는 '2001 세계산업디자인대회'가 개막됐다. '어울림'을 주제로 13일까지 열릴 이번 대회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보다 널리 알리고, 지금부터라도 창의성과 기술이 어우러진 명품을 만드는 '디자인 한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