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국세청의 세무조사권에 필적하는 준사법권을 가지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서도 확인됐듯이 날로 지능화하는 불공정 주식거래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며,이를 효과적으로 단속하자면 준사법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금융감독당국의 권한이 미약해서 그동안의 수많은 금융비리를 막지 못한 것인지 우리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세청의 세무조사권에 필적하는 준사법권의 내용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자료징구권과 혐의자 조사권외에 영장발부를 전제로 한 압수수색권과 혐의자 임의동행권 등이라면 자료제출 요구,시정명령,징계요구,임원해임 권고 등 금감원의 현행 조사권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고 조세범처벌절차법 제2조의 "...필요한 때에는 범칙혐의자나 참고인을 심문,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는 규정과 제3조의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사후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정도의 권한을 의미한다면 이는 지나친 요구임에 틀림없다. 이용호 사건의 경우 증권거래소로 부터 불법혐의를 통보 받고도 몇달씩 조사를 게을리 했다는 사실만 봐도 과연 금융감독당국이 주가조작을 근절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현행 권한으로는 사전예방이 어렵다고 해도 사후에라도 범법자를 엄히 처벌할 경우 증시퐁토는 현재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도 불법주식거래 단속을 핑계로 강력한 준사법권을 요구하는 것은 틈만 나면 권한확대와 조직팽창을 꾀하는 관료주의 행태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위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통상적인 조사는 현재대로 금감원 조사국에서 담당하고 사회경제적 파장이 크거나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사안에 대해 제한적으로 준사법권이 발동될 것"이라며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착수 시점에서 사회적 파장이나 피해규모를 정확히 가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전문성이 없는 행정조직인 금감위가 조사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하는데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내부자거래 주가조작 등 모든 불공정 주식매매는 철저히 단속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권한만 강화한다고 능사는 아니며 성실한 업무자세,전문성과 도덕성,그리고 엄정한 법집행을 바탕으로 시장신뢰를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금융감독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