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ome & Watch TV(집에 머물며 TV 시청하기)" 요즘 미국 사회의 유행어다. 지난달 11일 일어난 항공기 테러 참사이후 새로 등장한 미 국민의 생활 패턴을 잘 담아낸 표현이다. 테러 발생 한달이 다되도록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부시 미 대통령이 틈나는 대로 TV에 나와 "Back to normal life!(일상으로 돌아가라)"를 호소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의 최근 표정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캐츠" "시카고" "미스 사이공" 등 유명 뮤지컬을 공연하며 각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였던 브로드웨이의 극장들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하루속히 되찾아야 할 텐데..." 브로드웨이 티켓부스 직원의 긴 한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소비심리 위축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항공 및 관광 업계에서 시작된 불황의 터널은 모든 소비재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 관광객들은 물론 비즈니스맨들도 비행기 탑승을 꺼려하면서 항공기마다 빈 자리 수가 60~70%를 웃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항공기 티켓 값도 폭락을 거듭,평소 4백달러를 웃돌던 뉴욕-라스베이거스 운임이 75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Macy)백화점 매장에서도 예전의 활력을 느낄 수 없다. 매장 직원 올리비아 라이언씨는 "최근 뉴욕 소매상가에는 세일(Sale) 광고 표지판이 폭증하고 있다. 그만큼 장사가 안된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장인 권준화 상무는 "소비가 줄면서 수출업체와 현지 바이어간의 정상적인 상담과 주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침체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 국민들이 언제쯤 "Stay home & watch TV"에서 벗어날지 미지수"라는 말도 했다. 7개월째 뒷걸음질중인 우리 수출의 앞날을 걱정케 하는 대목이다. 뉴욕=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