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랑 < 대한교과서 대표이사 trwhang@daehane.com > 고향에 내려와 밤하늘의 달을 보았다. 도시에 살면서 달을 쳐다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한가위 밝은 달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어린시절 달에는 토끼가 산다고 믿었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찍기 전까지는 달에 토끼가 살고 있었다. 토끼 두 마리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달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상상력의 보고였던 달은 어느새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 사라졌다. 귀향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더듬는 여행과도 같다. 마을길이 시멘트로 포장되었다 해도,집들이 고쳐 지어졌다 해도,버스가 마을 앞까지 들어가 선다 해도 가슴 속 고향의 그림은 변하지 않는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나는 주름진 얼굴이 아니다. 사회생활에 지쳐 하늘 한 번 쳐다보지 않는 그런 모습도 아니다. 먼 미래에 대해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작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달을 보며 미래를 그렸다.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인자한 선생님일 수도 있고,돈이 없어 병을 고치지 못하는 불쌍한 환자를 돌보는 의사일 수도 있고,불이 난 건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정의로운 소방관 아저씨일 수도 있다. 달님은 그런 그림을 그리는 소년을 멀리서 지켜봐 주었다. 다시 달을 보았다.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어둡게 보이는 부분이 토끼모습 같다. 낮 기온이 섭씨 1백도,밤 기온이 영하 1백50도나 되는 달에 토끼가 살 수는 없다. 인간의 달착륙 이전에 이미 레인저 계획에 의해 무인 탐사선이 달에 도착했으며,달에는 공기나 물이 없고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말하면 아이들조차 웃을 것이다. 모든 것이 명백하게 밝혀진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여신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히고 달맞이꽃의 전설이 애틋하게 들리듯 고향을 찾는 사람의 가슴 속에는 그 옛날의 옥토끼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덧 보름달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