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경영 방침을 고수해 온 김충식(金忠植) 사장이 4일 사의를 전격 표명하면서 현대상선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 및 관계 전문가들은 우선 김 사장의 사의표명이 '독자경영 방침포기'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재 그룹내에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현대아산을 지원할 만한 기업이 사실상 현대상선 밖에 없는데다 최근들어 그룹측의 지원압력이 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때 현대중공업 지분을 팔아 현대건설을 지원하라는 그룹측 요구를 거부하는 등 그동안 그룹 내부의 압력에 맞서면서 독자경영 방침을 고수해 왔다. 게다가 김 사장은 지난 6월 말에는 회사 부실화를 초래했던 금강산 관광사업 철수를 계기로 고유업무인 해운업에만 전념하는 동시에 그룹 지주회사로서의 역할도 포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김 사장이 물러나는 것은 현대상선이 독자경영을 포기하고 실질적인 그룹 지주회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건실하게 이끌어 온 김 사장이 물러나면 현대상선은 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욱이 정몽헌 회장의 가신그룹이 후임 사장으로 임명되면 그룹지원은 불보듯 뻔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열사의 한 관계자도 "김 사장이 물러난것은 정몽헌회장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현대상선이 현대아산 등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들을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상선의 그룹지원이 현실화되면 이는 곧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그나마 건실한 현대상선마저 그룹지원 과정에서 유동성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2년반 동안의 금강산 사업으로만 약 1천500억원의 손실을 본 상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김 사장의 사의표명 배경이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면서 "현대상선이 그룹지원을 본격화할 경우 동반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