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불똥이 호주까지 튈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구 반대쪽에 있어도 소용이 없더군요" 호주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고 있는 노모씨(43)의 푸념을 이해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 테러 사태가 미주를 오고가는 여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 여파가 지구촌을 돌고 돌아 결국 호주 관광업계에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물증"을 즉각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선 타기가 심히 혼란스러워졌다. 호주의 두 항공사중 하나인 안셋항공이 지난달 16일 경영난을 못 이겨 "자진 파산"하는 바람에 예약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남의 집 식구"까지 떠안게 된 콴타스항공은 궁리 끝에 현장 티켓팅제로 바꿨고 그래서 시드니 공항은 즉석에서 표를 사려는 인파로 인해 번잡스럽기 그지 없었다. 비행기 한번 타는데 운 나쁘면 반나절을 허송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의 이같은 불편은 호주 교민들 입장에서 보면 "사치"나 다름없었다. 한국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관광으로 먹고 사는 상당수 교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5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교민 가운데 가이드나 식당,기념품 가게,면세점 등 관광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숫자는 20%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모두가 큰 폭의 수입 감소를 견뎌내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시드니에서 여행사 (주)민교를 운영하는 김선영 사장(여.39)은 "9월부터 11월까지 허니문 시즌이면 한달 평균 1만1천명의 한국 관광객이 호주를 찾았으나 지난달에는 7천7백명으로 급감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러나 "다행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조만간 호주 노선을 현재 주3회에서 주 5회로 증편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구 북반구 대서양에 접한 뉴욕의 테러 사태가 남반구 태평양을 끼고 있는 호주 교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지구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드니=정대인 사회부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