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의 세계무역기구회담 때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집단은 과거와 달리 격렬한 폭력시위를 했다. 이후에도 반세계화 집단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경제포럼 등 큰 모임이 있을 때마다 더욱 거센 반세계화 시위를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집단은 확실한 지도자도 없고,조직도 허술한데 어떻게 그러한 시위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해답은 바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모일 수 있고,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편지 서식이나 시위용 슬로건 등도 웹사이트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현재 가장 세계화된 수단인 인터넷을 반세계화 집단이 누구보다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세계화 집단은 지난 9월29∼30일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연례회의를 노리면서 또 다시 큰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9월11일의 테러로 회의가 연기되고 시위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테러의 충격으로 당분간 NGO 등의 폭력시위는 과거와 같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테러집단의 직접적인 목표는 NGO와는 크게 다르지만,반세계화를 주장한다는 면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다. 이번에 관련된 테러집단은 미국 중심의 서방세계가 자신들을 억압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의 주된 공격목표가 세계무역센터였던 것은 바로 이러한 미국적 가치의 핵심을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테러집단은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면에서 가장 세계화된 전략을 사용했다. 첫째,공격수단으로 자살특공대라는 그들 고유한 방법을 기본으로 했지만,가장 결정적인 것은 미국의 비행학교에서 훈련을 받고,미국에서 미국 항공기를 무기화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술을 익히고,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세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둘째,공격목표가 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다.더욱이 세계무역센터는 미국만이 아닌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던 곳이다.테러의 공격목표는 세계시민이었다.그들은 이제 해외에 있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계획이 실행된다면 미국인만이 아닌 다른 세계시민도 희생될 것이다. 셋째,지원부문의 세계화 전략이다. 테러집단은 미국은행과 국제금융시스템을 이용해 자금을 지원했다. 또 다른 지원부문으로 세계적인 미디어를 극적으로 활용했다. CNN의 America Under Attack 등과 같은 문구는 테러효과를 극대화했다. 마지막으로 조직구조가 세계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의 근거지는 아프가니스탄,그리고 그의 테러조직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미국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30여개국에 퍼져 있다. 이번 테러에 관련된 자들이 이미 영국 독일 필리핀 등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테러분자들은 이러한 세계화 전략을 총체적으로 사용했으며,만약 이상의 네가지 세계화 전략 중에서 하나라도 미흡했더라면 이번 테러는 이렇게 큰 충격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테러에 대응하여 미국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정답은 역시 세계화 전략이다. 공격수단 지원부문 조직구조 등에 있어서 미국 혼자서가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협조를 얻어 공동으로 행동을 취해야 한다. 공격목표가 특히 중요한 데,테러리스트와 이슬람권을 절대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부 테러분자 및 지원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세계시민이다. 이번 테러분자들의 결정적인 실수는 무고한 세계시민들을 너무나 많이 희생시켰다는 데 있다. 미국의 국방부가 당했는데도 뉴스의 하이라이트는 세계무역센터다.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그랬듯이 미국은 자존심만을 위해서는 크게 무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시민들을 분노케 했을때는 상황이 다르다.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세계시민들이 모여있던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사실은 반세계화 집단의 세계화 전략 중 역사상 가장 큰 실수로 기록될 것이다.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의 파괴이기 때문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