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 KAIST 교수.테크노경영대학원 정책학 >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에는 잘 훈련된 기능인력이 있었고,이를 바탕으로 외자를 끌어들여 잿더미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단순기능인력 중심의 경제에서 기술중심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전환되는 과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활력을 잃기 시작했고,정책실패까지 겹쳐 외환위기를 맞았다. 인적자원 측면에서 보면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과 값싼 단순기능인력이 중요했으나 기술력이 경쟁력의 원천인 오늘날의 경제에서는 기술력의 원천인 창의적인 인적자본이 경제의 핵심자원으로 등장했다. 지난 10여년에 걸친 미국경제의 호황은 풍부하고 질 높은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정보통신이라는 새로운 경제의 판을 열었기 때문이다. 일본 등 과거의 경제강국들이 같은 기간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도 결국 인적자본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인적자본은 실물자본과 달리 쉽게 빌려올 수도 없고 또 짧은 기간에 이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기술경제시대에는 기업 및 국가간 우열이 창의적인 인적자본의 질과 양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후발주자의 추격은 갈수록 어렵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인적자본의 질과 양, 그리고 그 양성체계인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입식 입시위주의 교육이 문제로 지적되더니,요즘에는 아예 교실붕괴 현상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고,이러한 상황이 세계화 추세와 맞물려 조기유학 등 교육피난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공교육 문제에 쏠려있는 동안 정작 우리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인적자본 부문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즉 창의적인 연구 인적자본과 함께 기업 경쟁력의 근본을 이루는 경영 인적자본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급격하고 단절적인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경제에서는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중요하다. 이는 기업간 경쟁이 결국 CEO간 경쟁이며,국가경제의 힘도 그 경제가 보유한 CEO의 양과 질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을 창출하면서 미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마이크로소프트나 제너럴 일렉트릭도 결국 빌 게이츠와 잭 웰치라는 탁월한 경영자를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최근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외국의 유수 CEO들을 과감하게 영입한 후 경영이 몰라보게 호전되고 있는 것도 좋은 사례다. 지난 경제개발기의 주역이었던 창업세대가 지나며 재벌체제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질 높은 경영 인적자본의 확보가 우리 기업,나아가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CEO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질 높은 CEO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CEO의 능력 및 실적을 평가하고 CEO간 경쟁촉진 기능을 담당하는 CEO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또 CEO 양성 및 재교육 기능을 담당할 경영대학도 그 규모나 수준에 있어 아직 부족하다. 대부분의 경영대학이 전통적인 경영학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MBA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부 경영대학의 규모도 세계적인 수준은 차치하고 우리의 주요 경쟁국인 싱가포르나 홍콩에 비해서도 매우 작은 규모다. 지금 우리의 CEO 양성 및 재교육체계는 질 높은 CEO의 수혜자인 기업 및 정부가 우수한 CEO 자원이 양성되기를 기다릴 뿐 누구도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일종의 시장실패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경쟁력있는 CEO 양성 및 재교육체계는 강한 기업,강한 경제로 가는 사회간접자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창의적인 과학기술인력의 양성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경영대학 한 두개쯤 갖기 위한 관심과 전략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인적자본으로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보다 근본적인 노력과 함께 특히 CEO 강국으로의 도약에 앞날을 걸어 볼 때다. drcylee@kgsm.kaist.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