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사들이 전한 추석민심은 한마디로 '썰렁'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걱정이 예상보다 깊었고 '이용호 게이트' 등 잇따라 불거진 각종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분노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그 도를 넘었다는 게 요지다. 문제는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 여야간 '민심접근법'은 다르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테러사건 이후 경제가 어려운데도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고 있어 여야 모두 공멸할 것이란 질책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생파탄과 권력형 비리,인사난맥상,언론탄압에 대한 불만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민심이 폭발직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강조,은근히 야당을 겨냥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대여 공격의 호재로 정권의 비리와 실정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똑같은 민심을 여야가 각각 아전인수식으로 전하는 것은 10·25 재·보선 등 향후 정국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게 분명하다. 당리당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이 '네탓'만 할뿐 자성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정치권이 분명 장본인이건만 방관자인듯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석전 20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는 사회 각 분야의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편안히 살도록 해야한다는 정치 본연의 역할에 정면으로 역행한 대표적 사례다. 여야는 국감기간 내내 '이용호 게이트'와 노량진수산시장 인수압력 등 각종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으로 세월을 허송했다.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민과 어려운 민생, 경제 챙기기는 뒷전이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정쟁속에서 재정3법 등 많은 민생·경제개혁 법안들이 오래전부터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쯤되면 민심악화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정치권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소리를 편의대로 해석해 상대당 공격을 위한 재료로 사용할 게 아니라 심각한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틈만 나면 국민을 위한다며 말의 성찬으로 포장만 할게 아니라 작은 실천을 해야할 때인 것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