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이 너무 복잡하거나 문제 해결기간이 길어질 때 가장 쉬운 답안을 선택하는 게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만병통치약'인 토빈세(稅)가 바로 그런 경우다. 30년 전에도 토빈세를 놓고 거센 공방이 오갔다. 지금도 그때처럼 토빈세 옹호론자들은 부작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 효능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토빈세의 대의명분은 '평등'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토빈세는 금융 및 통화위기를 초래하는 투기자본을 억제하자는 것이다.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가 외환시장의 동요를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통화위기를 막는다는 게 기본개념이다. 일부에서는 토빈세를 세계화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토빈세를 처음 창안한 제임스 토빈 교수는 이보다는 협소한 개념으로 이 세금을 이해했다. 국제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겨 금융시장에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세계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이 개념을 확장시켰고 이것은 토빈 교수를 화나게 만들었다. 투기꾼들은 보통 단기거래를 선호한다. 하지만 모든 단기거래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가격차를 이용해 돈을 벌게 되는 외환거래는 시장에 활력을 돋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같은 재정거래는 단일화된 가격을 제시해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외환거래에 대한 과세는 결국 재정거래의 이같은 역할을 위협하고 시장안정을 해치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금융 및 통화위기가 여전히 존재할 것이란 사실이다. 일단 위기가 닥치면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고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 토빈세는 이같은 시장불안에 대해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토빈세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외환거래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모든 외환 거래 형태에 영향을 주고 국제거래 비용을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외환거래의 위축은 유동성의 감소를 의미한다. 동시에 잠재적인 위험성이 커짐을 뜻한다. 토빈세를 거부하는 실질적인 이유들도 있다. 토빈세는 전세계에 걸쳐 효과적으로 부과될 때에만 제 기능을 한다. 토빈세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각국의 정치적인 의지와 부닥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위기를 피하고자 원한다면 위기의 원천을 막아야 한다. 위기는 빈약한 경제 및 금융정책의 어려움들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적인 자본의 흐름들은 의심되는 불균형의 증상이다.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제기능을 하려면 그 기초가 여러 분야에서 다져져야 한다. 물가안정은 시장이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재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믿을 만하고 안정 지향적인 통화정책은 신뢰를 쌓아간다. 우리는 또한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건전한 재정정책과 책임있는 경제정책을 필요로 한다. 특히 금융시장안정에는 신뢰할 만한 금융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과 금융시장을 감독하려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야기된다. 각 나라가 금융시장을 개방한다면 범세계적인 금융감시 시스템은 더 좋아질 것이다. 이것은 각국이 국제적인 금융네트워크속에서 일하는데 필수적이다. 국제적 협력은 시장 시스템의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상품들을 위한 시장개방,서비스와 직접투자를 위한 개방,또 국가간의 자본시장개방 그리고 정치적 협력은 국제시장 작동원리에 도움을 준다. 이제까지 국제기구의 긴급조치는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상황에서는 잘 작용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에 더 신경써야 한다. 좀 더 평균적인 제도는 금융시장 흐름의 투명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특히 금융안정포럼에 의해 제시된 12가지 제안은 고려할 만하다. 좀더 안정적인 금융시장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토빈세는 추구할 만한 가치는 있지만 위험한 해법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독일 분데스방크 에른스트 벨테케 총재가 파이낸셜 타임스에 최근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