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랑 < 대한교과서 대표이사 trwhang@daehane.com > '더도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오곡이 무르익어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이요,높은 하늘 아래 날씨 또한 좋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음을 표현한 옛 속담이다. 가윗날은 추석의 또 다른 이름으로 조상들은 추석을 가배절 한가위 중추절이라고도 불렀다. 추석은 '민족의 대이동'으로 표현될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이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흩어져 살던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가족이 모이면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추석은 '풍요'와 '사랑'을 보여주는 날이며,추수에 대해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봄과 여름에 흘렸던 땀의 결실로 거둔 수확에 대해 자만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알았던 마음. 추석은 풍요로운 결실에 앞서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맞기에 더욱 넉넉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아주 어린시절부터 들었다. 이 멋진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없이 가슴 속에 인생의 좌우명으로 새겨넣었던 시절.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잊는다. 키가 클수록,지식이 많아질수록,부가 쌓일수록,윗사람이 될수록,권력이 커질수록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익을수록 더욱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남겨준 아주 소중한 삶의 지혜라는 것을 또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이틀 후면 더도 덜도 말라던 추석이다. 고향에선 햇과일과 햇곡식을 거두고,길 떠날 사람들은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고향의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 닦을 것이다. 비록 경기가 좋지 않아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다 해도,고향 가는 길이 막혀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해도 '추석'의 고향 길은 풍요를 누리기 위해 가는 길이 아니요,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떠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향 길은 누군가 '가라'말하지 않은 길이요,'오라'고 누가 강제하지 않은 길이다. 제 스스로 떠나는 길 위에서 모두가 낮은 마음으로 겸손을 배움으로써 이번 추석은 더 넉넉하고 풍요로운 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