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1억5천만원을 재형저축에 넣어 6년만에 배의 배로 불린 것이다" 지난 26일 오전 국회 건교위 국감에 출석한 안정남 건교부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강남땅 투기의혹 제기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안 장관은 그러나 불과 12시간 뒤인 그날 밤 11시께 "고금리상품과 주식 등을 통해 돈을 불렸다"며 말을 바꿨다. 그 당시 재형저축은 적립식이어서 목돈을 한꺼번에 맡길 수 없었다는 반론이 거세지자 고심끝에 이전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물론 20년전의 일이기 때문에 안 장관이 투자대상을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의 금리수준을 감안할때 1억5천만원을 6년만에 6억원으로 불릴 수 있는 상품은 재형저축 하나 뿐이었다는 점에서 '짜맞추기' 의혹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 3년 만기 재형저축의 금리는 연 33.5%. 1억5천만원을 넣을 경우 3년이면 3억원,6년후엔 6억원이 된다는 단순계산으로 의원들을 설득하려 한 것이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안 장관의 답변이 나간 직후 국세청이 전임 청장이었던 그를 위해 '재형저축 이율표'를 급조,건교부 공보관실을 통해 국감장 기자실에 배포했다는 점이다. 1억5천만원을 6억원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사전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정황을 국세청의 '과잉 충성'이 제공한 셈이다. 국세청의 말단 9급직에서 출발한 그가 1억5천만원이란 거액의 재산을 모았다는 것도 받아들이기에 찜찜한 대목이다. "당시 서기관(4급) 15호봉의 월급은 30여만원으로 1억5천만원을 만들려면 40년동안 한 푼도 안쓰고 모아야 한다"는 한 야당의원의 주장이 정치공세로만 들리지 않는게 현실이다. 안 장관은 얼마전 "4·19 정신으로 언론사 세무조사를 했다"며 세무조사가 소신에 따른 것임을 누차 강조했다. 자신의 도덕성을 무기로 내세워 업무를 추진해온 그가 하루도 못가 꼬리가 잡힐 거짓말을 국감장에서 했다는 점은 어떤 경우에서든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계속된 과로로 27일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 연민과 분노가 교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