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는 미국 독립선언문 서명자의 한 사람인 프랜시스 홉킨슨이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당초 13개의 줄과 별로 만들어졌다가 1795년 버몬트와 켄터키 주가 늘어나면서 각각 15개로 늘어났다. 후에 줄은 그냥 두고 별만 더하는 쪽으로 바뀌어 26회나 변한 끝에 1960년 하와이의 주 승격과 함께 현재 모양이 됐다. 자기 나라 국기(國旗)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을까만서도 미국인의 성조기에 대한 애착은 유난스러워 보인다. 팝아트의 거장 재스퍼 존스는 54∼58년 '성조기'연작으로 2차대전 뒤 최강국이 된 미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대변했거니와 69년 아폴로호 승무원들이 달에 성조기를 꽂은 건 67년초 유엔이 규정한 '외계 우주조약'을 위반한 행동이었다. 뿐이랴.할리우드 영화에선 시도 때도 없이 성조기가 나부낀다. 80년대 대표작인 '록키'4편 포스터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성조기를 온몸에 휘감고 있고,90년대 작인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도 성조기가 펄럭이는 라스트신이 1분이상 계속된다. 평소에도 이처럼 미국인의 생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성조기가 테러참사 이후 더더욱 미국인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기 게양붐이 일면서 재고가 동나 중국 상하이의 국기 제조공장들이 각기 50만∼60만장의 주문을 받고 철야작업중인가 하면 소매체인점은 물론 방위산업체,맥주회사까지 광고내용을 성조기 중심으로 바꿨다는 보도다. 미국인들이 유독 국기를 강조하는 건 인종 종교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체감 형성을 위해 성조기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복도 등 곳곳에 베시 로스(Betsy Ross)가 바느질로 성조기를 처음 만드는 그림이나 사진을 배치하고 시민권 시험엔 꼭 성조기 관련문제를 내고 학교와 공공기관은 물론 약국이나 식당에도 국기를 건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제대로 달지 않는 건 물론 국기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기 일쑤다. 사방에 넘치는 성조기가 태극기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