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가격이 일본의 경쟁차종을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까지 접근했다는 소식은 수출제품의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한 시점임에 비추어 적잖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XG300(국내명 그랜저XG) V6의 경우 경쟁차종인 도요타 캄리 V6보다 3백54달러나 더 비싸게,기아자동차의 옵티마LX도 경쟁모델인 닛산의 알티마XE보다 1백14달러가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그 유명한 일본차들을 앞질렀겠는가"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동급 차종 가운데 비슷한 사양을 장착한 모델들을 엄밀하게 비교한 결과"라는 자동차공업협회의 설명이고 보면 상당한 객관성을 띤 분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그간 국산차들이 품질과 마케팅에 정성을 들인 결과 이제 미국시장에서 그동안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 고급차로 평가받기 시작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중형차뿐만 아니라 소형차부문에서도 일본차와의 가격차가 과거의 20% 이상에서 지금은 10% 내외로 좁혀지고 지난 3월말부터 현대차의 북미지역 수출단가가 처음으로 대당 1만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급차 이미지 전략이 착실하게 먹혀들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미 자동차 수출의 고부가가치화 성공은 다른 상품들의 수출전략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의 수출은 지난 7,8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등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전체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미국경기 탓이라고 하지만 수출품의 경쟁력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난 상반기중 미국의 전체수입 규모가 0.6% 증가했는데도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3.1% 줄어든 것은 미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그만큼 하락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언제까지나 미국경기 탓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일단 싸구려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하다. 수출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이 기회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들이 품질개선과 고객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통해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