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및 장비업체들이 부도에 떨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자금난이 가중돼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은 운영자금을 마련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다. 저금리라해도 기업들은 돈 빌리기가 어렵다. 은행 등 금융권이 경기악화를 이유로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버린 탓이다. 부품 및 장비업체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상황은 더 나쁘다. 일부 통신부품업체와 반도체장비업체들도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에 인수되는 대우자동차의 부품협력업체도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말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부르짓으며 온갖 처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약효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자부품업체=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투자 부진이 전자부품업체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전자부품업체들은 비용절감·임금동결·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나빠 자구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IT산업의 불황이 길어질 경우 연쇄 부도가 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IT업계는 이미 수요부진과 과도한 재고로 고전 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PC 매출 부진으로 2개월치 PC 재고가 창고에 쌓여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콘덴서 생산업체인 S사는 구매 비용 절감을 위해 구매선을 다양화하는 등 경비를 20% 이상 줄이고 있다. 수정진동자 업체인 S사는 인력을 대폭 줄이고,PC용 모터부품 생산업체인 O사는 15% 원가절감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통신장비 설비업체인 중앙텔레콤 오수관 대표는 "세계 IT경기가 연말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관련업계가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장비=반도체 경기위축이 장비업체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메이커들이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했다. 게다가 미국 테러사건 이후 반도체 수출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매출 또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의 부도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매출급감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가장 큰 짐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30% 이상 줄이고 있다. 금액으로는 4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6조6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투자 규모를 4조4천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디아이 미래산업 등 증권시장에 상장(등록)된 13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나 줄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반도체 장비업체의 매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메이커들의 단가인하 압박도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A반도체 장비회사 사장은 "반도체 메이커들이 제작원가보다도 더 싼 가격으로 장비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부품=미국 GM이 대우차를 인수키로 결정함에 따라 대우차 부품업체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당장 큰 기대를 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GM이 대우차를 정상가동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말 대우차 부도 사태를 전후로 납품한 물품대금 1조3천억원 중 41%인 5천3백93억원만 받았다. 나머지는 언제 받을지 모르는 상태다. 대우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정상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납품대금을 받을 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문권·박준동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