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의 한 채용박람회에 몰려든 응시자들이 아예 땅바닥에 엎드려 원서를 쓰는 모습은 올 하반기의 심각한 취업난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 박람회에는 이틀동안 5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크게 줄이거나 채용일정을 미루고 있어 하반기는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취업시즌이 될 전망이다. 채용정보업체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주요 그룹들은 하반기 채용규모를 작년보다 10∼30%가량 줄여잡고 있다. 인크루트의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 4백10곳 중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는 1백81개 기업의 모집인원은 1만5천8백여명으로 상반기보다 14.4%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대체로 지금까지 상·하반기 채용비율이 4대6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하반기 취업경쟁이 얼마나 치열할 것인지 충분히 짐작된다. 더구나 인터넷 등을 통한 수시채용이 늘어나면서 과거 정기채용 때처럼 대학교에 원서를 나눠 주는 일조차 거의 없어져 올가을 취업희망자들의 체감 취업난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올해 실질성장률이 잘해야 2% 안팎에 그치고 침체국면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채용인원을 줄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졸자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고급인력의 유휴화가 사회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더 늦기전에 취업난 완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전문분야별 인력수급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인력이 남아돌고 어떤 분야에서는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불균형 현상은 우리의 교육현실이 산업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신규인력에 보다 많은 고용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대학교육과 기업현장 간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또 번번이 강조되는 사항이지만 취업희망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주말의 취업박람회장에서도 정보통신업체 창구앞에는 장사진이 이어졌지만 중소 제조업체 창구는 한산해,도중 철수하는 업체들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경제가 일단 저성장기에 들어선 이상,경기가 호전된다 해도 고학력 취업문이 활짝 열리기는 어렵다고 볼 때 자기 능력에 맞는 직장과 직종을 선택하는 현실적인 판단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