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우 < 우리기술 사장 dwkim@wooritg.com > 영월 동강이 우리나라에서 첫 '자연휴식지'로 지정된다. 동강의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자 환경부가 내놓은 아이디어다. 그렇게 되면 동강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래프팅은 특정구간에서만 할 수 있게 된다. 동강 입장료나 주차료로 몇 천원씩을 내야 할 모양이다. 자연휴식지라면 아예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고 자연이 쉴 시간을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국립공원식 관리방법을 '자연휴식지'로 문패만 바꿔단 느낌이다. 주말마다 동강 일대를 시장바닥으로 만드는 2만여명의 래프팅 인파를 '특정구간'으로 몰아넣으면 볼 만할 것이다. 몇 천원 받는다고 동강러시가 진정될 성 싶지도 않다. 오히려 조금은 남아있을 법한 환경파괴의 죄책감에 면죄부나 주기 십상이지 않을까. 더욱이 주5일 근무가 되면 동강의 비경을 찾는 사람은 늘어만 갈 것이다. 환경단체들이 발만 구르고 있는 마당에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이 고작 이 정도라면 동강,넌 이제 정말 죽었다! 동쪽에 있는 강이라는 이 단순 소박한 이름은 그 이름 이상의 무엇이 된 지 오래다. 어느 강이 동강만한 관심을 받았는가. 그 때문에 동강이 죽어가고 있다. 동강을 지키자며 댐계획을 백지로 만든 국민의 힘은 단 일년 만에 동강물을 2급수로 꿇어앉혔다. 동강이 어떤 강인가. 강원도 첩첩산중의 물이 정선에서 조양강이 되고 이 조양강 옆구리로 동남천 물이 파고드는 정선읍 가수리로부터 영월에 이르는 구비구비 1백30리 물길이 바로 동강이다. 영월읍내에서 서강과 만나면서부터 남한강으로 불리니,동강은 곧 한강이다. 식수원의 발원지까지 떼로 몰려가서 온갖 오물을 쏟아붓고 돌아와 흘러온 그 물을 마시고 사는 우리는 참 어지간한 사람들이다. '자연휴식지'가 돼도 동강에 휴식은 없을 것 같다. 동강을 만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동강에서 희망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래프팅처럼 강과 물고기를 흔들어 놓는 거친 대면이 아니라 저만치서 바라보며 자연과 하나되는 애틋한 체험이 되어야 한다. 그에 따른 주민피해를 보상하더라도 길게 볼 때 환경보전 비용보다는 적게 들 것이다. 동강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