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매각협상 타결은 '오랜 현안'을 정리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채권은행단과 GM이 교환한 MOU(양해각서)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불만스런 부분이 결코 없지않지만,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수가격이나 부대조건 등은 바로 그런 시각으로 평가해야 한다. 2년여동안 이런저런 방법으로 살 사람을 찾았으나 팔리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기면,GM이 내놓을 인수대금 4억달러가 많으냐 적으냐는 논란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게 자명해진다. 해외매각 그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고,인수가격과 조건에 대해서도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MOU를 '시장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게 긴요하다. MOU가 본계약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대목은 GM 인수 이후가 어떻게 되느냐다. 한국 자동차산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며 정책당국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GM의 대우차 인수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의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겠지만 변수가 많다. 부평공장 인수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세계 곳곳에 있는 수많은 생산공장 중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갖는 공장으로 활용하느냐가 문제다. GM이 대주주였던 초기 대우자동차(GM코리아) 때처럼 독자모델 개발기능도 없는 하청공장으로 쓰느냐,아니면 중심축의 하나로 격상시키느냐는 것은 국내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노사문제는 물론이고 GM의 한국 연착륙을 지원하는 시책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 긴요하다.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에 이어 GM이 대우차를 인수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시장 경쟁이 격화될 건 너무도 분명하다. 기존 국내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산업정책적 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할 건 당연하다. 바로 그런 점을 감안하고 현재 한·미간 통상현안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자동차관세율 문제 등을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GM이 인수하지 않기로 한 대우차 해외공장 등은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업체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국내업체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폴란드공장 등의 정리과정에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GM의 대우차 인수는 자동차산업정책 전반에 걸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