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1일 미국에서의 테러 대참사는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격동하는 세계경제에 대응,긴급대책도 서둘러야 하지만 대우자동차 매각 등 구조조정을 더 이상 지척거리지 말아야 한다.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IMF 졸업은 '명목'일 뿐,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살지 못할 기업은 조기에 퇴출시키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확실히 적용하는데 있다. 대우자동차가 채권단의 출혈지원 없이 독자생존을 유지하기 어렵다면,기업가치가 있는 부문이라도 하루빨리 매각하여 채권단과 국민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청산하여 퇴출시켜야 한다. 일각에서는 조기매각 주장이 헐값매각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헐값시비는 우리측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면 도움이 되겠지만.한보철강의 사례에서 보듯 부실기업의 가치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떨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제 가격문제는 적절한 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우차 매각은 기다려서 '대박'을 터뜨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원매자가 나오면 '손절매'를 실행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매각 협상에서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부평공장문제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따르면 된다. 듣기로 부평공장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청산가치가 큰 부평공장은 자원을 집중할 만한 선택대상이 아닌 것이 자명하다. 지역경제 문제나 실업문제를 감안하면 부평공장을 포함한 일괄매각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사려는 측이 기업가치가 별로 없다고 판단해 사기를 주저하는데 억지로 맡기면 그것은 다른 곳에서 그만큼의 댓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평공장 문제가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경제논리보다는 사회·정치논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부평공장 근로자의 생계,부품·협력업체의 앞날,부평지역 경제침체 등의 문제는 분명 이해가 걸린 당사자 입장에서는 앞이 캄캄할 일이다. 더욱이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정말 난제일 것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 것 처럼,사회·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앞설 때 전체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경험했다. 이제 시행착오는 그만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인기없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구조조정 실무 담당자는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 하겠지만,원칙에 철저한 구조조정만이 우리경제를 살리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인 부평공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각과 별도로 근로자,부품업체,지역주민,채권단,인천시 및 정부가 한발씩 양보하여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인천시와 정부는 부평공장 문제를 채권단에게만 맡겨 현상유지 형태로 어정쩡하게 끌고 가려 하지 말고,진정으로 이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한편 정부나 채권단은 GM과 매각협상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 한편 앞으로의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GM과의 MOU체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실사를 통한 완전합의,실질적인 인수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나 채권단은 독소조항 등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과거 포드와의 매각불발 사태나,최근 현대투신의 외자유치처럼 MOU체결 이후 본계약 등에서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또 GM이 우리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도록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한국투자전략과 실행 플랜도 촉구해야 한다. 차제에 하이닉스전자 등 옛 현대그룹 관련 구조조정도 하루빨리 마무리,우리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구조조정의 시너지효과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격변기를 이겨나갈 수 있도록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할 때이다.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