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 KTF 사장 ykl@ktf.com >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금강산은 계절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가을에는 '풍악산'이라 불렸다.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름다운 단풍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단풍시즌만 되면 반복되는 교통 혼잡으로 인해 귀국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직 구경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단풍만이 아니다. 철따라 나들이 갈 명소는 많지만 하루종일 길에서 시간을 허비할 생각을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심신의 피로를 풀려고 나선 길이 오히려 후회와 짜증으로 파김치가 돼 돌아와야 한다. 교통혼잡과 싸울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탓에 단풍구경을 다음해로 자꾸만 미루고 있다. 도로 확장공사가 끝나면 좀 나아지려니 기다려 본다. 그러나 도로가 완공되면 밀려드는 인파로 더 복잡해진다. 내년에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년에 나들이 했던 사람들이 올해도,내년에도 계속 나선다면 '다음 해는 좀 낫겠지'하는 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내장산과 설악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기회가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이래서야 세상이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매년 단풍구경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럴 욕심은 추호도 없다. 2∼3년에 한번 구경하고 싶을 정도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작년에 단풍놀이 갔던 사람들은 올해는 양보하는 것이 어떨까. 해마다 습관적으로 길을 나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피곤에 지쳐 귀가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단풍의 아름다움이 더욱 더 할 것이다.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면 봄 벚꽃놀이와 가을 단풍놀이는 쾌적한 관광코스가 될 것이다. 방방곡곡의 아름다운 산수를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