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뉴욕 증시의 '선방'과 국내외 증시 호전 등은 나흘만에 환율 오름세에 종지부를 찍긴 했으나 시장 불안감은 여전히 수면 아래 숨쉬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쟁 발발여부와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더듬이를 바짝 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습 예상에 따른 달러 매수(롱)마인드는 살아 있으며 당최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날 대우차 매각 타결 소식에도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예고된 뉴스는 둔감한 상태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80원 내린 1,296.90원에 마감했다. 나흘만에 환율 상승세는 꺾였으며 장 막판 달러/엔에 보조를 맞춘 달러되팔기(롱스탑)이 주효했다. 실제로 미국의 공습이 일어나기 전까지 큰 폭의 변동은 없는 가운데 달러화 약세가 전적으로 달러/원 환율에는 반영정도가 덜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도 1,290원대에서 시장 뉴스와 수급 상황을 반영한 장세가 예상된다. ◆ 기다림의 '미학' =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시장 참가자들의 거의 일치된 목소리다. 이날 최근에 비해 다소 진정된 시장 심리였지만 불안감이 내포돼 있음은 오후장 중반이후 오름세와 내림세를 번갈아 엎은 동향에서 잘 드러났다. 문제는 다른 어떤 뉴스보다 임박한 공습의 시점이 언제냐다. 물량 부담은 계속 안고 달러 약세가 대세가 아니냐는 흐름이지만 롱마인드의 지속으로 내려가기 쉽지 않고 달러 약세분위기에서 독야청청하기도 어렵다는 인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의 갈림이 기다림을 재촉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딜러들이 공습만 기다리고 있다"며 "환율이 적정하게 올랐는지, 더 빠질 여지가 있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다소 아래쪽으로 빠질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어 1,291∼1,302원의 넓은 범위로 보고 싶다"며 "이번주나 다음주초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고 이후 조정을 받고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1,299원선에서 막혀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엔화도 강세쪽으로 봐야한다는 예견이 우세하다"면서도 "대외정세가 혼란스러우니까 결제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안심리를 타서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기거래에 나서는 측면도 있으며 116엔으로 가도 1,290원이 깨진다고 장담은 못하는 상황"이라며 "내일은 다소 레벨이 낮아져 1,294∼1,298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 하락 요인 우세 = 최근 불안감에 시달리던 시장이 주변 여건이 미소를 띰에 따라 환율은 모처럼 하락하는 장세를 보였다. 국내외 증시 반등으로 달러 매수세는 많이 약해졌다. 전날 다른 길을 걸었던 달러/엔 환율은 5시 7분 현재 117.79엔이다. 미국과 EU의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달러 약세 흐름을 막아 전날 뉴욕에서 달러/엔은 117.72엔에 마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전격적으로 연방기금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인하하고 재할인금리도 2.50%로 같은 폭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에 발맞췄다. 달러/엔은 이날 대체로 117엔대 후반과 118엔대 초반에서 소폭 오름세를 유지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시장 개입과 금리인하 가능성이 오름세를 타게 하며 118.20엔대까지 올랐던 달러/엔은 탈레반의 '성전'소식이 달러화를 소폭 약세로 돌게 만들어 달러가 116엔대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겨놓고 있는 상황. 그러나 탈레반 정권은 AFP통신을 통해 성전 뉴스는 잘못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대체로 조용한 흐름이었으며 업체는 적정하게 결제와 네고를 배분해 1,296원선에서는 결제수요를, 1,298∼1,299원 언저리에서는 전자업체 등의 네고물량이 나왔다. 시중포지션은 모자라지 않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0.20원 낮은 1,298.50원에 출발, 개장 직후 이날 저점인 1,296.40원을 기록한 뒤 저가 인식 매수세로 반등, 1,298.40원까지 되올랐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은 한산한 거래를 이으며 1,300∼1,301.50원 범위에서 움직인 끝에 1,301/1,302원에 마감했었다. 이후 환율은 되밀리며 대체로 1,297원선을 거닐다가 11시 18분 개장가인 1,298.50원까지 올랐으나 추가 상승은 좌절되고 1,298원을 중심으로 좌우횡보한 끝에 1,298.2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98.3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네고물량 출회 등으로 레벨을 낮춰 2시 5분경 1,296.80원까지 내려섰다. 그러나 이후 환율은 추가 하락은 저지된 채 달러/원 환율을 따라 2시 43분경 오름세로 돌아 53분경에는 이날 고점인 1,299.3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성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혼란을 줬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힘이 빠진 반면 원화 역시 불안감이 재발하면서 전날 마감가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마감 20여분전 내림세를 띠며 1,296.80원까지 내려섰다. 장중 고점은 1,299.30원, 저점은 1,296.40원이었다. 하루 변동폭은 2.90원으로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이달초의 변동성이 축소된 양상을 재연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대규모로 주식을 팔며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1,117억원, 99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서 이르면 19일 오후부터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전망. 그러나 최근 환율 상승에 크게 기여했던 국내 증시는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는 수준이상 튀어올라 전날보다 16.17포인트, 3.45% 오른 484.93으로 마감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6,9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8,17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250만달러, 3억4,450만달러가 거래됐다. 19일 기준환율은 1,297.8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대우차 매각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21일경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금 10억달러 이상으로 협상의 핵심이었던 부평공장은 최장 6년동안 GM에서 위탁생산에 들어가며 부평공장의 경영상황에 따라 6년 이내라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양해각서(MOU)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