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에 불안감의 불길이 과도하게 번지고 있다. 원화가 엔화에 상반되는 흐름을 이어가면서 달러 매수세가 우세한 양상은 국내 시장의 폐쇄성을 여실히 증명해줬다. 환율은 사흘 내리 오름세를 타면서 1,300원대를 위협했다. 미국의 비이성적인 테러응징이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국내에 전파하고 있으며 과거의 '학습효과'가 유독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 '전쟁이 나면 달러화가 안전자산'이라는 강한 인식이 달러를 선뜻 팔게끔 만들지 못했다. 밤새 개장되는 뉴욕 증시가 달러화에 미치는 영향과 다소 떨어지게 18일 환율은 국내 증시나 경제에 뉴욕 증시의 추가적인 악영향의 여파가 전이되면서 1,300원을 향한 시도가 18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2.70원 오른 1,299원에 마감했다. 지난 7월 31일 1,300원에 마감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 개장시 달러/엔 환율의 급락세를 반영, 1,290원으로 크게 미끄러져 출발했던 환율은 시장 불안심리를 가장한 달러 매수세에 짓눌리며 1,300.50원까지 고점을 높이기도 했다. 이동범위는 무려 10.50원. ◆ 불안심리는 지속된다 = 시장이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뭐니뭐니해도 '전쟁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간데 따른 시장 불안감'이다. 원화와 엔화의 상반된 움직임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국내 외환시장이 전쟁 위기감에 따른 국내 경제 불안이 부각되고 있으나 일본은 미국 경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조명을 받고 있음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축통화가 별 달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반면 일본은 엔화라는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등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짙었다. 특히 외부요인에 의해 파급된 국내 수급만 가지고 움직이려다보니 흐름은 반대로 갈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례로 타이바트만 해도 엔과 연동하면서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흐름을 반영했으나 원화는 그렇지 못해 동남아 통화만도 못하다는 인상을 줬다"며 "외부요인에 의해 생긴 국내 시장 불안감이 그대로 전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뉴욕 증시가 얼마나 빠질 것인가'와 '뉴욕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개입이 다시 있을 것인가'에 포커스를 둘 필요가 있다"며 "달러/엔의 급격한 변동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1,300원 레벨은 부담이 있어 내일은 1,290∼1,300원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과 상관없이 1,290원대에 달러를 사려는 세력이 버티고 있어 1,300원대로 조만간 주거래 범위를 옮길 수도 있다"며 "뉴욕 증시의 약세가 달러 약세를 불러도 이는 곧 국내 증시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내일도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일 거래는 1,297∼1,305원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투기세력 운운하며 심리적 동요를 조장에 일조하고 언론에서 전쟁에 대한 과격한 불안심리를 강조한 것이 시장을 패닉에 가까운 상태로 몰고 갔으며 심리적 동요를 가장 많이 표출한 것이 우리 외환시장이니만큼 원화를 국제화·자유화를 진전시켜 거래가 많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엔 강세 무시, 엔 약세 민감 = 원화가 선별적으로 엔화의 변동을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엔이 강세로 갈 때는 애써 무시하다가도 약세로 돌면 이를 받아들이는 등 불안한 시장 심리를 그대로 대변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11분 현재 117.63엔이다. 장중 드라마틱한 변동성을 보인 달러/엔은 일본은행(BOJ)의 개입이 단행돼 달러화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오전에만 해도 뉴욕증시의 재개장 뒤 폭락세에 대한 우려감과 미국 경제불안감이 달러화를 약세로 몰아 116.60엔대까지 물러섰던 달러/엔은 일본 정부의 엔 매도 개입 발언이후 118.30엔대까지 되오르기도 했다. 시오카와 일본 재무상은 개입 후 "엔화가치의 급한 상승은 일본 경제 회복에 바람직하지 않아 외환시장에 개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약세를 이어갈 것인 분명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개입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견해가 우세하며 미국도 달러화 약세를 국가 안보 이슈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엔/원 환율은 장중 100엔당 1,108원선까지 올랐다가 현재 1,099원선으로 오름폭을 낮춘 상태이나 지난 1월 4일 100엔당 1,128원선까지 기록한 후 9개월중 처음으로 1,1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부터 매수세에 가담하면서 환율 상승에 불을 지폈고 미국의 보복전으로 국내 경제가 원유 공급의 어려움에 처하면서 위기에 직면할 지 모른다는 우려는 정유사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결제수요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달러화에 대한 안전선호도가 필요이상으로 증폭되며 매도 세력을 실종케했다. 瀏??1,300원대는 경계감이 짙다. 이날도 차익실현기회로 여긴 업체들의 매도가 밀려들어 환율의 추가 상승을 막기도 했다. 침체의 골이 깊어진 주식시장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환율 불안감을 더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6.30원이나 낮은 1,290원에 출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119엔대에서 117엔대로 폭락한 흐름을 약간이나마 반영해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환율은 개장가를 저점으로 오름세를 강화, 상황을 반전시키며 개장 1시간여가 지나자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11시 전후 1,298.10원까지 치솟은 뒤 당국이 1,300원대를 용납하지 않으리란 인식이 퍼지며 1,297원선을 중심으로 횡보하다가 1,296.70원으로 오전거래를 마쳤다. 점심시간동안 일본은행(BOJ)의 개입이 확인되자 오전 마감가보다 3.30원 오른 1,30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고점인 1,300.50원까지 올라 지난달 1일 1,301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레벨에 대한 경계감과 차익실현 매물로 추가 상승이 막힌채 대체로 1,299원선을 거닐다가 범위를 소폭 낮춰 1,298원선을 흐르다 소폭 되올랐다. 장중 고점은 7주여만에 가장 높은 1,300.50원, 저점은 개장가인 1,290원이었다. 하루 변동폭은 10.50원으로 이달중 환율의 이동범위가 가장 넓었다. 이날 환율 상승의 자극제로 작용한 주가는 혼수상태가 이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난 금요일보다 13.53포인트, 2.81% 내린 468.76으로 마감했다. 또 외국인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사흘만에 주식순매도에 돌아서 거래소에서 133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억원의 순매수.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5억9,6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4억9,32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9,320만달러, 3억9,27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297.5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