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단 지원여부가 14일 판가름난다. 외환 등 18개 채권은행장들은 이날 오후 3조원 출자전환과 5천억원 신규 투입 등 하이닉스 지원 여부에 대해 의결할 예정. 현재로선 지원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채권은행의 찬성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투신 리스사의 여신 만기연장 등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채권은행들은 2금융권의 동의도 낙관하지만 그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 은행은 합의할 듯 =채권은행장 회의에서 지원안건이 통과되려면 채권액 기준으로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 찬성의사를 밝힌 은행들만 따져도 최저선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산업(16.7%), 한빛(16.3%), 외환(15.8%), 조흥(13.1%)은행 등을 합치면 62%에 달한다. 또 찬성입장을 보이는 서울(4.0%), 주택(3.9%), 씨티(2.9%), 농협(2.3%), 평화(1.5%), 기업(0.6%)은행을 포함하면 77%가 넘는다. 설령 국민(6.0%)과 신한(4.9%)은행이 반대하더라도 지원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그러나 90% 이상의 찬성을 얻길 희망하고 있다. 은행권의 절대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야 투신사와 리스사의 지원 동참을 쉽게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문제는 투신사 =채권은행들은 투신사에 1조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리스사에도 5천억원 정도의 채권 만기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투신사와 리스사는 일단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은행들이 지원에 전폭 합의하면 투신사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채권은행들이 90% 이상의 찬성으로 지원안을 통과시킨다면 투신사와 리스사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거부하면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더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촉진법에 따르면 지원안을 계속 거부한 채권자는 보유채권을 청산가치로 평가받아 20∼30%밖에 건질 수 없다. 은행권의 채권비율이 78%에 달해 전체 채권단회의에서도 지원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투신사들이 채권단회의에서 반대해 법정관리로 갔다가는 훨씬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막판에 찬성으로 기울 공산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 때문에 외환은행은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전체 채권단 회의를 열기 전에 투신사와 리스사가 자율 결의로 지원에 동참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 입장에선 만약의 경우 책임문제를 우려, 차라리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강제로 끌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스스로 합의해주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