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주요기관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진 사상 최악의 테러공격은 수많은 사상자와 엄청난 재산피해를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취약한 세계경제에 메카톤급 충격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당장 세계 항공업계는 운항중단 사태에 직면했으며 뉴욕증시가 폐장되는 등 월스트리트가 마비상태에 빠졌다. 세계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국제자금의 도피처 역할을 하던 달러의 가치가 주요통화들에 대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인 것도 전례없는 일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세계증시는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일본증시의 닛케이지수가 1만선 밑으로 대폭락한 것은 일본경제의 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주가가 폭락할수록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일본경제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증시도 예외가 아니어서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64.97포인트나 빠진 475.60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중동지역의 긴장고조 우려에 따라 급등했으며 국제무역업계는 상품수송·통관의 차질로 인한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충격이 일과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우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민간소비지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심각한 경기후퇴를 겪을 수밖에 없으며 세계경제는 동시불황의 고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고 부실채권 정리 등 구조조정 과제가 산적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은 지난 97년 통화위기 이후 다시 한번 가혹한 경제난에 시달릴 것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또한가지 걱정은 현대투신과 대우차 매각, 그리고 하이닉스 반도체 회생작업 등 당면한 대형 구조조정 작업이 이번 사태로 인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관계당국은 현대투신과 대우차 매각협상은 별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경우 어떨지 모른다.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추가자금지원 논의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심각한 위기상황을 감안할때 김대중 대통령이 비상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긴급대책을 협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계당국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경제계획 수립은 물론, 경기부양과 구조조정 노력을 가속화하고 노사화합과 국론통일에도 힘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