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였다.사상 초유의 테러공격으로 초토화된 현장을 보기 위해 국방부(펜타곤)로 향했지만 모든 길은 차단됐다. 댈러스 공항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여객기가 앨링턴에 있는 국방부를 공격한 시간은 오전 9시45분. 기자가 주변으로 접근하기 위해 66번 도로를 탄 것은 사고 발생 4시간가량 지난 오후 2시께였다.국방부로 가기 위해선 66번 도로를 빠져나가 1번 도로를 타야 했지만 진입로가 차단돼 나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워싱턴DC 안으로 들어갔지만 웬만한 도로는 거의 통제됐다. 66번을 타고 버지니아로 되돌아가 지하철을 탄 뒤 주변 역에 내렸지만 보행자들의 접근도 금지됐다. 멀리 보이는 국방부 건물에선 여전히 짙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가운데 앰뷸런스와 헬기 소리만 요란했다. 연방건물은 모두 소개(疏開)됐다. 워싱턴DC의 명물인 국회의사당과 링컨기념관 등에도 모든 차량과 관광객들의 통행이 금지됐다. 교통편을 제대로 잡지 못해 링컨기념관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일부 시민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워싱턴 주민들은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로 백악관과 국방부를 꼽는다. 특히 지난 1941년에 세워진 국방부 건물은 정확하게 5각형이어서 '펜타곤'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휘하는 사령탑이 바로 펜타곤이기 때문이다. 럼즈펠드 국방장관,헨리 셀튼 참의장이 사고 당시 그 건물에 있었다. 군인과 민간인 모두 합해 4만명이 일하고 있었다. 세계최강 미 국방부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한 군사전문가는 TV에 출연,"국방력 증강에 수조달러를 쏟아부은 미국이 이렇게 당한데 대해 국민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뉴욕의 참사에 비하면 워싱턴의 피해는 별게 아니었다.뉴욕 심장부의 자랑거리인 세계무역센터가 완전 붕괴됨으로써 1만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 여파로 뉴욕증시는 12일(현지시간)까지 문을 닫는다. 미국이 무너진 하루였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deango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