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분기중 우리나라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89년이래 1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인 구조조정 추진의 궁극적 목표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라고 볼 때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현상은 그간의 노력이 미흡했거나, 아니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급속한 둔화 배경을 뜯어보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수출감소,그리고 설비투자의 위축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이란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이 생산해 내는 제품의 양이 전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났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변하지 않았는데 생산량이 줄었거나,반대로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노동투입량이 늘었을 경우다. 그런데 산업자원부와 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지난 2·4분기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즉 노동투입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나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산출량이 더 큰 폭(1.4%)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그 핵심요인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두고 볼 일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수출확대는 물론 지속성장의 기틀을 다지는 지름길임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힘든 과제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생산성 제고 노력을 좀더 기울여 한발 앞서가는 것만이 우리경제의 살길이란 점에서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 대처하려는 의지를 다지지 않으면 풀기 힘든 과제다. 기본적으로 수출확대와 내수촉진 등 수요창출이 우선이겠지만,동시에 보다 값싼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해 낼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당장의 노동생산성 제고라는 목표 달성 이외에도 미래에 대비하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란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또 단기적인 관점에서 실업문제 등으로 노동투입량 조절이 어렵다면 임금인상 억제 등을 통해 단위당 노동비용을 안정시키는 것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