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호텔경영인' 미국의 리더스 매거진은 2001년 봄호에서 신라호텔의 이영일(55) 대표이사를 세계 최고의 호텔경영자 10인중 한명으로 선정했다. 리더스 매거진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독자들에게만 한정 배포되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이 잡지가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이영일 사장을 발탁한 것이다. 전기공학도에서 호텔리어로 변신한 후 28년만에 얻은 영광이다. 그가 호텔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호텔리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른바 'KS'라는 최고의 간판(?)을 가진 그였기에 결정은 더욱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호텔업의 미래를 믿고 과감히 호텔리어의 길을 택했다. 앞을 내다보는 식견과 승부사적 벤처정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그는 없었을지 모른다. 이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는데 신라호텔의 건설현장에 배치됐다. 그러나 공사가 끝났는데도 회사는 원대복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호텔용품과 자재를 구매하는데 엔지니어의 식견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1번이라는 사번과 함께 그대로 신라호텔에 남겨졌다. 호텔리어를 전혀 생각하지 않던 그는 한 때 회사를 떠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텔업의 미래에 희망을 걸고 회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이 사장이 호텔 일에 매진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호텔 업무가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어서 별도의 봉사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바꾸면서부터 갑자기 일에 재미가 붙고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잭 웰치(제너럴 일렉트릭) 체임벌린(시스코) 피올리나(휴렛팩커드)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유명인사가 호텔을 방문했을 때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비디오 모니터 화면에 방문인사의 일대기를 담아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편집해 보여주는 엘리베이터마케팅을 도입, 고객 감동을 이끌어 냈다. 항상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생활하다 보니 가족들에게도 자상한 가장이 됐다.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학 과외를 직접 맡아했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다. 이 사장의 좌우명은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일이건 취미건 일단 시작하면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일본어를 독학으로 익히던 사원 시절에는 걸어가면서 책을 보다가 개울에 빠진 적도 있다. 골프도 싱글 수준. 항상 최선을 다하다 보니 평소의 부드러운 모습과는 달리 일단 경쟁에 들어가면 남다른 승부 근성도 보인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이러한 노력과 성실함 덕분에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10년 전부터 총지배인을 맡았으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호텔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지난 2000년 9월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는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호텔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이었다. 그는 부하직원을 무작정 몰아세우지 않는다. 비록 아랫사람의 실수라 할지라도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부하직원들도 진정한 '책임자'로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고객의 불만이나 의견을 직접 챙긴다. 이 사장은 "호텔 일은 의외의 곳에서 잘못이 생길 수 있다"며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되도록 빨리 처리하고 재발을 막는게 발전의 열쇠"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전 예방에도 철저를 기하고 있다. 그의 성공의 토대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다. 지난 83년 호텔경영학으로 유명한 코넬대학으로 연수를 갈 기회를 얻었다. 객실 개.보수에 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의 연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총지배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수강신청을 했다. 그 때만 해도 총지배인이 된다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르는 먼 훗날의 일이었다. 하지만 각국에서 온 총지배인들의 고민과 생각을 들으며 경영노하우를 쌓아 갔다. 그 때 익힌 선진 경영기법들을 20년이 지난 지금 호텔경영에 접목시키고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중 하나는 건강.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프로가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신라호텔에서는 매년 두차례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각종 스포츠동아리들도 활성화돼 있다. 지난 8월 열린 철인3종경기 대회에는 여직원 1명을 포함한 5명이 출전해 모두 3시간30분 안에 완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사장도 준비과정에서는 이들과 같이 훈련했다. 그러나 출전은 바쁜 업무스케줄로 인해 부득이 포기해야 했다. 이 사장은 특히 장거리 달리기와 수영 등 인내를 요하는 운동을 권장한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해외출장을 갈 때도 항상 운동화를 가지고 다닌다는 그는 "40대 이후의 건강은 선천적 요인보다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건강의 비결은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약력 ] 생년월일 =1946년 6월4일 출신학교 =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독일 뮌헨대.미국 코넬대 호텔경영자 과정,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경력 =신라호텔 총지배인(90년) 전무(93년) 상훈 =금탑산업훈장 가족관계 =부인 박재순(53)씨와 2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