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나오는 세제개편안 발표는 따지고 보면 항상 비슷한 멜로디다. 방법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어느해고 '내년에는 세금부담을 얼마 덜어준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내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라서 그런지 감세방법도 다채롭다. 소득세율을 10% 내린 것외에도 △유흥업소에 대한 특소세 2년간 한시(限時)면제 △기업 부동산 매매에 따른 특별부가세 폐지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업종 확대 등 굵직굵직한 것만도 한둘이 아니다.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그러나 좀더 현명한 납세자라면 달리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해마다 세금을 낮춰준다는데 왜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세금의 비율, 곧 조세부담률은 올라만 가는지를 우선 눈여겨 봐야 한다. 새해 예산안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여당에서 목표로 하는 조세부담률 자체가 올해와 비슷한 22%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좀더 냉정하게 말하면 실제로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로 통한다. 이 정부 들어 3%포인트정도 높아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국제적으로 비교하더라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일본과 비교하면 4%포인트정도 높고 미국과 비슷한 선이라는 점을 되새겨 보면 그런 결론이 나온다. 세금에 사회보장기여금을 합친 국민부담률은 올해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경우 28%선에 육박,3년만에 5%포인트나 높아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역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얘기다. 세법을 고쳐 세금부담을 덜어준다는데 조세부담률이 높아만 가는 까닭은 분명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세율인하 속의 증세(增稅)는 여러가지 경우로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세정합리화로 종전까지 세금을 못걷던 지하경제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져 글자 그대로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실현됐을 때도 그럴 수 있다. 또 물가상승에 따른 외형증가로 인해 명목세율을 낮추더라도 세수가 증가하게 되는 이른바 인플레세가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풀이가 최근 몇년간 지속된 감세정책 속의 조세부담률 증가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필요하고도 충분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동안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점만 감안하더라도 그러하다. 조세부담률 문제는 그것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데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세금부담을 결정하는데 세제보다 세출예산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쓸 돈을 생각하고 필요한 만큼 거두는 것은 재정의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조세부담률에 문제가 있다면 그 해결책은 우선 세출예산에서 찾는 것이 옳다. 경기대책으로 재정지출확대와 감세를 중·단기적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되풀이되는 감세정책 속의 조세부담률 상승을 그렇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 재정이 심각한 것은 단순히 적자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나랏빚이 엄청난데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재정운용에 대한 명확한 방향도 설정하지 못한채 감세정책과 재정확대를 끝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를 더하게 하는 것이다. 세율인하 속의 조세부담률 상승은 눈앞의 인기에 영합하는데 급급한 정치권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난 각종 사회복지성 재정지출이 우리 경제현실에 걸맞은 것인지,그러면서도 계속 감세정책을 택하고 또 2003년에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아닐수 없다. 야당도 별로 다를 건 없다. 3년만에 60% 이상 늘어난 사회보장성 지출의 원인이 된 기초생활보장제 등 사회복지제도 확충에 단 한번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으면서 감세폭은 오히려 확대하자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인지…. 세율을 내린다고 좋아할 일이 결코 아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정부빚은 납세자가 부담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매년 세금을 깎아준다는데 국민부담률은 이미 선진국 수준인 아이러니를 직시해야 한다. 더 많이 내고 더 많은 복지를 누릴 것인지,아니면 덜 내고 정부영역을 줄일 것인지,납세자들도 분명한 선택을 해야할 때가 됐다. < 본사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