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름세가 이어졌다. 전날 엔화와 동행을 포기하면서 상승세를 기록했던 환율은 11일 엔화의 힘을 빌어 이레째 상승 가도를 질주했다.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로 안착하는 흐름을 이은 것이 주 요인이었으며 역외매수세도 이를 도와 해외 요인이 지배적으로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달러/엔의 급등이 없는 이상 1,300원대는 다소 어렵지 않겠냐는 견해가 우세하며 1,298원선이 단기적인 고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뚜렷하게 부각되는 수요가 없는데다 어느 정도 숨돌릴 시점이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업체들의 대기 매물도 모습을 소규모로 찬찬히 드러내 보이고 있지만 역시 관건은 달러/엔이 거니는 방향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50원 오른 1,295.8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일 1,296.5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3일부터 계속 오름세를 잇고 있다. 12일 환율은 1,293∼1,298원 범위가 예상된다. ◆ 추가 상승 여부는 '달러/엔' = 달러/엔과 역외세력이 단기적인 환율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다. 또 국내에 공급 물량이 없다는 점도 시장의 수급은 '균형이 깨진 상태'다. 달러 매수를 향한 열기도 최근 고조되면서 롱마인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전자, 특히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달러 공급이 없다"며 "달러/엔이 122엔을 넘어서면 1,300원에 대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달러/엔이나 수급상 쉽게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단기적으로 1,297∼1,298원이 고점으로 될 가능성이 있고 1,300원대는 달러/엔의 급등이나 국내 펀더멘털상 큰 문제가 없는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생각보다 롱마인드가 강하다"며 "해외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내일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뾰족한 결과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달러/엔도 최근 급하게 오르면서 122엔대 이상은 어려워 내일은 121∼122엔대에 머무를 것"이라며 "국내서도 수요가 부각되지 않으나 조정 타이밍임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은 없다"고 예상했다. ◆ 오름세 유도 요인 '득실' = 전날 원화와 잠시 별거 상태에 들어갔던 엔화는 이날 다시 영향력을 과시했다. 역외매수세도 환율 상승에 가담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57분 현재 121.63엔을 가리키고 있다. 10일 뉴욕 증시가 지난 금요일의 하락세를 딛고 보합세로 진정되자 달러/엔은 121엔으로 오름세를 띠며 마감했으며 이날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 루머와 S&P의 일본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한때 121.70엔대까지 올라서는 등 상승 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12일 예정된 미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지만 암묵적으로 '달러 강세-엔 약세'를 지지할 것이란 전망은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지적이 있다. 또 딜러들은 오는 14일 미국의 소매판매 동향이 지난주 금요일 시장에 충격을 준 미국의 고용현황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시장에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을 주도했던 역외세력은 이날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보이다가 S&P의 일본 신용등급 하향전망 발표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다. 한 시장관계자는 "최근 달러에 대한 매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전날 결제수요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네고물량을 많이 출회했다. 기준율 1,288.70원보다 월등히 올라선 레벨이라 물량을 내놓거나 대기매물을 대놓고 고점매도 찬스를 노리는 형태의 거래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이레째 오른데다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매도에는 나서지 않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80원 오른 1,293.10원에 문을 연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저점인 1,292.50원으로 미끄러졌다가 되올랐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이 엔화 약세를 반영, 1,294.30원에 출발해 1,293/1,295원에 마감하고 달러/엔이 이날 121엔대로 올라선 것을 반영한 결과. 이후 환율은 달러/엔을 따라 10시 25분경 1,294.20원까지 오른 뒤 차익실현 매물, 업체 네고물량 등에 되밀려 1,292원선 후반으로 미끄러졌다. 그러나 오전장 마감을 앞두고 달러/엔이 121.30엔대까지 되오르자 이를 따르면서 1,294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1원 오른 1,295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꾸준히 레벨을 높여 1시 58분경 1,297.30원까지 치솟았다. 대기 매물 공급과 역외매수세가 잠잠해지자 환율은 1,295∼1,296원 언저리에서 방향 탐색을 벌인 뒤 재상승을 추진, 3시49분경 1,297.40원을 고점으로 등록했다. 이후 1,296원선과 1,297원을 주로 오가다가 막판 물량을 맞아 1,295.8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97.40원으로 지난달 1일 1,301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저점은 1,292.50원이었다. 하루?옰坪?4.90원. 전날 사흘만에 주식 순매수를 기록했던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날 다시 방향을 틀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33억원, 74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8,3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8,1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7,110만달러, 4억2,31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295.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