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 1속 1종밖에 없는 희귀식물이다. 중국에선 잎이 오리발을 닮았대서 압각수,손자대에 가야 열매를 얻는대서 공손수라고도 한다. 자생지는 중국 양쯔강 하류 천목산으로 돼있지만 우리나라 어디서나 두루 잘 자란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비롯 천연기념물만 열아홉 그루고 노거수로 지정된 건 8백 그루가 넘는다. 용문사와 강화도 전등사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운다고 전해진다. 암수로 나뉘지만 오래된 건 거의 암나무다. 흔히 가지가 위로 뻗치면 수나무,아래로 처지면 암나무라지만 예외가 많아 구분하기 어렵다. 지구상 최장수 식물중 하나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옮겨 심어도 잘 자라고 불과 추위 바닷바람은 물론 공해와 병충해에도 강하다. 공해에 강한 특성은 최근 산림청 임업연구원의 실험결과 국내 가로수중 오존해독력과 저항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다시 입증됐다. 효용 또한 무궁무진하다.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엔 노란잎으로 계절을 물들이는데다 파란 이파리에서 추출되는 징코플라본글리코사이드(GFG)는 뛰어난 혈액순환 제재로 꼽힌다. 열매 또한 기침 천식 강장 야뇨증의 민간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목재도 결이 곱고 탄력있어 가구 재료로 인기가 높다. 이런 은행나무가 최근 황화(黃化)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황화현상이란 잎이 푸르러지기도 전에 누렇게 타들어가는 것으로 실제 시청앞과 세종로는 물론 서울시 도로변 곳곳의 은행나무가 벌겋게 변했다. 토양이 얕아 뿌리를 제대로 못 내리거나 대기오염 때문에 생육환경이 나빠진데다 지난 겨울 제설작업용 염화칼슘을 많이 뿌린 탓인 듯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확한 원인은 두고 봐야겠지만 은행나무는 땅이 얕으면 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하가 주차장인 아파트단지의 은행나무는 무성해지지 않는다. 서울시가 비료를 주거나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강구한다지만 문제가 생긴 나무의 위치도 잘 살필 일이다. 겨울 내내 뜨거운 전구를 매달았던 탓은 아닌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