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실업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4.9%로 발표되자 뉴욕증시를 비롯한 주요증시의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등 세계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 실업률이 예상외로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오름에 따라 그동안 급속한 경기침체를 막아주던 민간소비지출이 위축돼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미 연준리(FRB)가 다음달 2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큰 폭의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리라는 예측도 이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제조업에서의 감원이 비제조업쪽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8월중 제조업 일자리가 14만1천여개나 감소했고 그 여파로 수송과 공공설비의 고용도 2만4천여명이 줄었다. 보건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업 취업이 7만2천명 늘어나는 바람에 농업을 제외한 전체 실직자수가 다소 줄었지만,80년대 말 이후 처음으로 컴퓨터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5천개 줄었으며 소매업과 호텔업 등에서도 감원추세가 이어져 정보통신(IT)분야에서 비롯된 대대적인 감원파고가 전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대목은 고용불안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10년이 넘도록 불황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5%대의 실업률을 기록했으며 유럽경제도 빠른 속도로 경기가 하강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이 불경기로 인한 실업 때문에 몸살을 앓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이점은 우리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삼성그룹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감원을 예고하고 나섰으며 이런 사정은 다른 국내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면 정부는 서둘러 강력한 실업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올 4·4분기 이후에는 국내외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만 되풀이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노동부 산하기관인 전국 각지의 고용안정센터가 취업자수를 부풀리는 등 노동관련 통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이다. 기초통계자료가 왜곡되면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과감히 확대하는 동시에 보다 실효성 있는 실업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