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때맞춰 어제부터 평양에서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파이프라인을 북한을 경유해 우리에게 연결시키는 사업타당성 논의를 위한 남북한 실무자회의가 열리고 있다. 비록 실무자급 회의지만 러시아와 남북한을 포괄하는 대형 프로젝트이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시점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북쪽에서는 중국 장쩌민 주석의 평양방문이 있었고 남쪽에서는 8·15 평양축전에서 일부 방북단의 돌출행동으로 의회에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안이 가결되는 등 적지 않은 변화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화방식이나 속도에서 이견과 대립이 있다고 해도 책임있는 남북당국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일단 남북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면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특히 남북경협측면에서 서둘러 마무리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예를 들면 경의선 복원공사,개성공단 조성사업,금강산 육로관광,남북경협 4대합의서 교환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실무회담 이후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전력협조 문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같은 경협과제가 진전을 보여야 남북한간 상호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이 확고해질 것이다. 남북경협은 그것이 남북한 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런 측면은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도 그렇고,러시아측의 지대한 관심속에 실무조사가 진행중인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남북한 철도를 서로 연결해 '철의 실크로드'를 완성시키는 사업계획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러시아측의 지대한 관심은 올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들 사업이 열매를 맺자면 무엇보다 북한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경의선 복원공사만 해도 우리쪽 구간은 공사가 거의 완료됐으나 북한쪽은 감감무소식이다. 또한가지 강조할 것은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당국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이르쿠츠크 가스 파이프라인과 같은 경협사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먼저 경색된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그러자면 모처럼 열리는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당국은 이 점을 직시하고 남북 장관급 회담에 성의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