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시 한복판의 나카지마 공원과 지척에 있는 파크호텔 2층.이곳은 4,5일 양일간 일본 기업인과 보도진,그리고 아시아 국가의 각계 인사들로 종일 북적였다. 'e-실크로드 삿포로 컨벤션'이란 행사 때문이었다. 한·중·일 3국과 인도 방글라데시의 IT(정보기술)고급두뇌들이 참석한 세미나실과 기업들의 전시장은 정보교환과 상담 열기가 가득했다. 한국 IT벤처들과 삿포로를 거점으로 한 일본 IT리더들이 공동기획한 이번 행사의 목적은 분명했다. 아시아 지역의 핵심 IT집적지를 하나로 잇는 인재,정보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일본언론과 학계,행정당국의 관심은 뜨거웠다.지역 최대 일간지인 홋카이도신문은 한·일 IT협력의 새 장이 열렸다며 관련기사를 연일 뽑아댔다. 홋카이도 IT부흥의 대부인 아오키 요시나오 홋카이도대 교수는 "삿포로를 발원지로 한 e-실크로드가 세계 정보산업 신기지 건설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가쓰라 노부오 시장이 명예위원장을 맡은 삿포로시는 재정 지원은 물론 상당수 간부직원이 외국 기자들을 상대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삿포로라는 지명이 한국에 주는 인상은 눈 휴양지 등 관광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나 2000년대 삿포로의 진면목은 IT에 있다. 3백여 벤처기업이 포진한 삿포로는 이들의 매출만도 연간 2천억엔에 달한다. 명성과 비중도 도쿄 시부야의 비트 밸리에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삿포로시 당국이 IT에 거는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민간 차원에서 시작된 협력행사에 행정당국이 발벗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대일 비즈니스를 원하는 한국기업인들은 백발백중 도쿄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기업에 대한 기대와 호의는 지방이 더 낫다는 게 주일 주재원들의 지배적 평가다. "삿포로 쪽을 창구로 삼은 전략이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분위기도 우호적이고 행사에 참가한 한국기업들도 NTT 히타치 등 일본기업과 깊숙한 협의를 가졌습니다" 행사를 기획한 아시아 비전 이종원 이사의 얼굴에는 만족의 미소가 가득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