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지만 오늘 국무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용채 건설교통부 장관이 4일 국무회의석상에서 한 인사말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지난달 22일 임명된 김 장관의 인사말은 이임사가 된 셈이다. 사표가 실제 개각으로 이어지면 지난 3월26일 개각이후 불과 6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이뤄지게 된다. 문제는 내각의 잦은 교체는 행정공백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당초 '8·15평양대축전'파문이 터졌을때 이 문제로 이와같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문제는 정치지도자의 '자존심'게임으로 변질됐고 이 과정에서 해외출장중이던 정우택 해양수산부 장관이 불려와 표결에 참여했다. 일정취소에 따른 국익에 큰 손상을 주는 것은 정치지도자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극한 대결을 펼쳤다. 한마디로 자동차로 마주 달리다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지는 '치킨게임'을 벌이다 결국은 '내각총사퇴'라는 파국을 맞은 셈이다. 내각총사퇴 소식을 접한 한 일선공무원은 "이번에 또 장관이 교체되면 일선행정의 일관성이 잃게 되고 이는 곧 국민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재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고 지난 3년간 현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온 금융·기업구조조정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내각 총사퇴라는 결과는 갈길 바쁜 각종 개혁의 지연을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 내각이 들어서 업무를 파악하고 보고를 하고 호흡을 맞추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선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장관이 새로 바뀌면 업무적응에 몇달 걸리고 그러다 보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정권에서 각종 개혁정책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