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10년 이상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지루한 듯 보인다. 하지만 닛케이가 17년만의 최저수준으로 내려 앉으면서 일본 금융계가 다시 폭풍전야에 휩싸이고 있다. 새로운 악재는 지난주 은행시스템 감독의 책임을 맡고 있는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상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최근 일본 은행들의 부실채권 수준이 감소하려면 3년 가까이 걸리고 절반으로 줄어들려면 7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규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문화 가운데는 모든 문제를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있다. 미국 정부관리를 비롯한 '합리적'인 서구 관찰자에게는 재정,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정부가 오래전에 실행했어야 할 정책이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정책이 문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일본 정치권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인플레이션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놓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채택하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구조개혁 없는 상황에서 통화를 찍어 내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겉보기에 쉬운 길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다시 일본의 위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조짐은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시에 떨어졌다는 대목에서 읽을 수 있다. 증시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서도 채권만은 활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채권가격의 동반하락은 새로운 사태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7일 확정발표되는 2·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낮은 채권가격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고이즈미 총리가 긴축재정과 공공 금융부문에 대한 개혁을 약속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채권공급이 급증할 것이란 조짐을 채권시장이 알아챘다는 것이다. 정부지출이 예상보다 훨씬 늘어나는 계기는 은행시스템이 제공할 것으로 여겨진다. 고이즈미 총리는 개혁에 대해 말하면서도 일본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구조적인 문제인 은행시스템과 사실상 파산상태인 채무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대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피하고 있다. 이같은 점은 우정국 금융시스템 개혁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의지와 상반되는 것이다.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은행부문 문제가 너무 커져 귀중한 정치적 역량을 소모하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잔인한 현실은 은행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적으로 짜맞추는 대책을 10년이상 실시한 뒤 지금 갑작스럽게 시장부문 해결책을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커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같은 견해는 야나기사와 금융상이 지난주에 "고이즈미 총리는 가까운 미래에 은행문제에 관해 어떤 의미있는 조치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가장 논리적인 결론은 일본 은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요 은행의 국유화(nationalization)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공공정책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납세자의 고통을 전제로 해야만 정치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은행의 국영화는 채권시장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채권시장이 위축될 경우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포트폴리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은행 국유화는 은행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은행부문은 현재 총 3백21조엔에 달하는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 )시가총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오는 30일은 또 한차례의 고비다. 이때 은행들은 처음으로 보유한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는 보유 주식 시가평가제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미 현재시가 수준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다. 일본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어낸다면 은행주식은 확실히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는다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 정책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투자자들도 최종적으로 국유화가 진행될 위험한 은행자산에 집착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일 것이다. 은행부문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고이즈미 총리의 태도가 이 점을 확실히 말해 주고 있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The New Risk to Japan's Bank'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