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서 부회장은 공직생활 28년 동안 '일 중독증 환자'란 소리를 줄곧 들었다. 데이콤에 와서도 화장실에 결제해야 할 서류를 들고 갈 정도다. 그에게 '취미'나 '여가생활'은 생소한 단어였다. 이런 박 부회장이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된 것은 지난 98년 한국중공업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그는 이때서야 골프에 입문할 수 있었다. 환갑나이의 '비기너(beginner)'였던 셈이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날밤을 새며 집착하는' 그의 승부근성은 3년 만에 핸디를 22타로 올려놨다. 강봉균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등 고시 동기생들보다 뒤져선 안된다는 생각이 그를 채찍질했다. 그는 데이콤에 온 이후에는 필드에 나가지 못했으나 최근 노사평화선언으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마침 86타를 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같은 사람과는 두번 이상 골프를 치지 않을 정도로 '골프 비즈니스'에도 신경을 쓴다. 취미가 별로 없는 그의 삶에 위안을 주는 건 신앙생활이다. 그는 20년 동안 안수집사로 교회일에 헌신해 왔다. 교회 성가대에서 활약하는 등 성악에도 일가견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게 못내 마음에 걸려 요즘 끊으려고 노력 중이다. 또 거의 매주 고아원이나 장애인집을 찾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진돗개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고 늘어지며 확실히 끝맺음하는 진돗개의 근성이 어쩌면 자신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진돗개 두 마리를 키울 정도로 진돗개 사랑이 유별나다. 그러면서도 보신탕은 없어 못먹는 '보신탕 예찬론자'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