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정부의 재정 상황에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2001 회계연도 재정흑자가 1천5백80억달러로 이중 사회보장잉여금을 제외하면 실제 흑자는 1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이들은 재정흑자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은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으로 재정 흑자가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과연 감세는 재정 흑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물론 좁은 시각에서 보면 감세가 재정흑자를 축소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넓은 시각에서는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오히려 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기둔화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는 올 하반기에 회복세에 들어서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엔진을 힘차게 가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현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은 금융시장에 원동력을 제공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재정 흑자의 궁극적인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 흑자가 강한 민간 경제에 의해 이뤄지는 산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클린턴 전 행정부는 재정 흑자가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며 마치 그것이 새로운 '수학 공식'인 것처럼 강조했다. 사실 그 당시 상황에서는 이러한 수학을 쉽사리 믿을만도 했다. 1998∼2000년 회계연도에 예산관리국은 무려 4천3백억달러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에는 해마다 재정 흑자 규모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엄연히 다르다. 단기적으로 재정 상태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경제의 자원과 재정이 생산성의 증가 추이에 연동된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생활수준'은 민간 경제의 '생활수준'과 같은 맥락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마틴 펠트스타인 경제학 교수는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토대로 클린턴 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가 도출해낸 결론은 당시 재정 수입의 75% 이상이 '강한 경제'로 인한 결과물이었다는 것.세수증대와 같은 요인은 재정흑자의 놀라운 증가에 기여한 비중이 4분의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정이 불어날 수 있도록 뒷받침한 튼튼한 민간 섹터는 낮은 실업률과 높은 생산성을 유발했고 또한 신경제의 눈부신 발전도 이뤄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감세 조치는 성장 위주(growth-oriented)의 정책과 잘 어우러진다. 세금의 감면은 단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금융 부담을 덜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노동이나 저축,혁신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서 현재의 재정정책은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복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사회보장잉여금을 재정흑자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 부분의 흑자 재정 상태는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원칙 아래 세금을 감면하면 정부의 씀씀이가 아무래도 엄격해지게 된다. 실제로 정부의 지출 감소와 높은 경제성장률이 비례관계에 있다는 연구 조사도 있다. 산업 기반의 경제에서 투자와 성장의 관계를 조사한 하버드대의 알베르토 알레시나,컬럼비아대의 실비아 아르다그나 등 경제학자들은 정부 지출이 늘어날수록 기업환경을 침체시키며 따라서 경제성장의 기회도 축소시킨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밖에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최근 발표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현재의 재정 상태는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성공'과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맞닥뜨린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현재의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히 있고,시기적절하게 취해진 감세 조치는 풀이 죽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막아 건전한 경제 정책을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 ◇이 글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글렌 허바드 위원장이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